‘부상 여파’ 이재원, 고비 넘기고 안방 사수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03 10: 28

홈런 파티를 벌이며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SK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수 중에서는 이재원(29)이 가장 조마조마한 대상이다. 올 시즌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딱히 대안도 없다.
누가 뭐래도 리그 '빅2'(강민호 양의지)의 아성에 도전할 선두주자였던 이재원은 올해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공·수 모두에서 성적이 처져 있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됐던 타격 성적부터가 부진하다. 3일까지 49경기에서 타율 2할4푼7리, 3홈런, 18타점에 그치고 있다. 수비에서도 도루 저지율이 21.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이재원의 도루저지율은 34.5%로, 8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리그 3위였다.
최근 몇 년간 체력이 떨어지면서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패턴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부진하다. 타격에서는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담장을 넘길 법한 파열음의 타구가 외야수의 키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나마 잘 맞으면 꼭 정면으로 간다. 최근 수비 시프트가 유행하고 있는데 덫에 종종 걸린다. 한때 리그 최고의 스프레이 히터였던 이재원의 옛 기억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부상 여파’ 이재원, 고비 넘기고 안방 사수할까

수비에서도 동작이 지난해보다도 경쾌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그 포수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강한 어깨를 가진 이재원의 도루 저지율이 폭락했다는 점은 그 전의 동작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겠지만 주 원인은 무릎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원은 지난해 막판에 생긴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시즌이 끝난 뒤 왼 무릎 반월판 연골 수술을 받았다. 다만 큰 수술이 아니었고, 나름대로 재활도 충실히 해 시즌을 치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 여파를 숨기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이재원 스스로는 핑계가 될까봐 말을 아끼지만, 주위에서 보는 시선은 “무릎 부상의 여파가 크다”는 것이다.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이재원의 부상에 대해 “역시 무릎 수술의 여파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박 코치 또한 현역 시절 무릎이나 아킬레스건 부상 등으로 고생을 했다. 포수로서 이런 부상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알고 있다. 박 코치가 최근 이재원을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자 출신의 한 해설위원은 “이재원의 컨택이 나쁜 것은 아닌데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몸의 회전이 다소 무뎌진 것이 보인다. 회전에서 왼 다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당연히 수술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해설위원은 “포수는 항상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포지션이라 무릎에 계속 피로가 쌓이면 쌓이지 시즌 중 금세 좋아지기는 어렵다. SK도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의 신뢰는 여전하다. 이재원 스스로가 고비를 이겨내고 주전으로서 팀의 전체적인 틀을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장타력이 좋은 포수인 이홍구가 백업으로 대기하기는 하지만 이재원은 팀 투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포수이자 팀의 리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홍구도 경험이 많지 않아 주전으로 나설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증명된 것이 없다. 이홍구의 조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재원의 홀로서기는 더 중요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내가 생각할 때 이재원의 타구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갈 뿐이다. 지금처럼 타격을 하면 언젠가는 뜨거운 타격 시기를 보낼 수 있을 것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힐만 감독은 이재원의 체력 관리를 위해 2~3경기 선발 출전, 1경기 휴식의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이홍구에게는 거의 모든 사인을 내는 박 코치도 이재원에게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인을 내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며 이겨내라는 의미다. 다행히 이재원은 최근에는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10경기에서 타점이 7개다. 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신기에 가까운 타격으로 시즌 3호포를 뽑아내는 등 장타 두 개를 터뜨렸다. 올해 좋은 성적은 물론, 내년 대권 도전을 위해 SK는 ‘정상적인’ 이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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