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절실함과 잔소리' 최주환 활약을 이끈 힘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5.11 06: 00

'슈퍼 백업', '만점 감초 활약'. 그동안 최주환(29·두산)을 이야기하면 항상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내야 어디에 놓아도 평균 이상의 수비를 해내고, 준수한 타격 능력까지 보유해 주전 한 자리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그였지만, '국가대표' 내야수를 보유한 두산에서 최주환의 역할은 '2인자'에 가까웠다.
올 시즌 최주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컨디션 난조 속에 기회를 받았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조금씩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횟수를 늘려갔다. 김태형 감독도 팀이 힘든 시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주환을 향해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매 타석이 감사하다." 절실함으로 유지하는 타격감

[오!쎈 인터뷰] '절실함과 잔소리' 최주환 활약을 이끈 힘

올 시즌 최주환은 28경기 나와 타율 3할3푼8리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3할5푼7리로 더욱 뜨거워진 타격감을 알 수 있다. 지난 10일에도 최주환은 3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는 등 멀티히트를 기록해 팀의 3연패 탈출에 기여하기도 했다.
연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최주환은 매순간 절실하다.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총 10시즌 경기에 나왔지만, 한 차례로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그만큼 현재 주어진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주환은 "한 경기 한 경기 나갈 때마다 감사하고 좋다"며 "다만 큰 욕심을 버리고, 후회없이 최대한 연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지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도 하고 있다. 꾸준하게 하고 있는 사우나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지난해까지 사우나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몸이 너무 무거워서 사우나를 했는데, 개운하고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효과를 느끼고 나니 그 뒤로는 틈틈이 사우나를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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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진 잔소리. 심리 변화가 이끈 수비 성장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엇보다 올 시즌 수비 안정성이 돋보인다. 특히 지난달 23일 인천 SK전에서는 1사 만루에서 2루수로 나와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 병살로 연결해 함덕주의 시즌 첫 승을 도와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활약으로 팀의 내야 곳곳에 힘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수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에 최주환은 "겨울에 많은 준비를 했지만 심리적으로 변화가 생겼다"고 운을 뗐다.
최주환은 "사실 지난해 강석천 코치님께서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그런지 내가 너무 못하는 것 같고, 많이 위축됐다. 그런 말씀이 나를 향한 질책같아 보였다"며 "지난해 축승회 때도 강석천 코치님께서 '너는 긴장을 안하고 연습처럼만 하면 잘할 텐데, 경기 때마다 왜 이렇게 위축되냐'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최주환은 "특히 지난 마무리 캠프에서 강석천 코치님께 많이 지적을 받았는데, 나중에 '주환이는 하나만 트이면 잘될 것 같은데 지금 참 아쉽다'고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게 됐다"며 "그동안 내가 강 코치님의 말을 오해했던 것을 알게됐다. 정말 내가 안타까워서 해준 진심 섞인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욱 분발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2군에서의 한 마디도 최주환의 성장에 약이 됐다. 최주환은 지난 4월과 7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적이 있다. 스스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당시 2군 감독이었던 공필성 1군 수비코치는 이런 최주환에게 꾸준히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최주환은 "2군에서 정말 공필성 코치님께서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자신감을 갖게 하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김태형 감독과의 일화도 있었다. 최주환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개인 훈련을 하면서 순발력 강화에 많은 신경을 썼다. 태권도를 하셨던 분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 부분이 일단 크게 도움이 됐다"며 "개인 훈련을 하면서 살이 빠졌다. 그런데 스프링캠프 첫 날에 감독님께서 '살이 빠졌다'라며 '움직이는 것이 훨씬 나아졌다. 지금 몸무게를 유지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지난해 살이 찌면서 감독님께서 살을 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캠프 전에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첫 날부터 알아봐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에 경기를 하면서 운 좋게 타구를 잘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최주환은 "지난해 정신적으로 힘들면서 몸이 굳었는데, 곳곳에서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져서 좋은 수비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오!쎈 인터뷰] '절실함과 잔소리' 최주환 활약을 이끈 힘
▲상승세, 그러나 목표는 '중립모드'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차츰 주전으로 나서고 있지만, 최주환은 슬럼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렇게 잘되는 것 같지만, 분명 시즌을 치르다보면 고비가 온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며 "그럴 때 얼마만큼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복을 줄이면서 꾸준히 가는 것이 목표다. 최주환은 "그동안 무엇인가 잘 될 때 더 잘해보려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오버페이스를 하다가 무너진 적이 많았다"라며 "올 시즌 역시 빨리 달리고 싶지만, 자동차로 따지면 중립모드처럼 막 달리지 않지만, 한결같고 꾸준한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현재 공동 6위에 머물며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팀 성적에 대해서 그는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감이 나쁘지 않다. 분명히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그 과정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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