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자 각국 대표팀 벤치가 무너지고 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21일(한국시간) 뤼디 가르시아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31일 계약이 끝나면 18개월 동안 이어진 동행도 마침표를 찍는다. 양측은 결별이 상호 합의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아스’는 가르시아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전후해 자리에서 물러난 16번째 사령탑이라고 집계했다. 이 명단에는 조별리그 탈락 직후 사퇴한 홍명보 전 한국 대표팀 감독도 포함됐다.

본선에 참가한 48개국 가운데 정확히 3분의 1이 같은 감독과 다음 일정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사퇴와 경질, 계약 만료, 상호 합의로 형식은 달랐지만 월드컵 성적표가 벤치를 갈아엎었다는 결과는 같았다.

가르시아 감독은 벨기에를 월드컵 8강에 올려놓고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실패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회 내내 경기력과 선수 기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집트와 이란을 상대로 연속 무승부에 그친 조별리그 초반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뉴질랜드를 5-1로 꺾고 조 1위를 차지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32강 세네갈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준 뒤 상대 골키퍼의 실수와 논란이 된 연장 막판 페널티킥을 묶어 3-2로 뒤집었다. 개최국 미국을 4-1로 완파한 16강전에서야 가르시아 감독의 선택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장면이 다시 모든 것을 뒤집었다. 벨기에는 8강에서 스페인에 1-2로 졌다. 가르시아 감독이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를 경기 도중 교체한 판단은 현지에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결국 우승국에 한 골 차로 패하고도 계약 연장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가르시아 감독이 어려운 재정·경기 환경에서 선수단 결속을 회복하고 세대교체의 출발점을 만들었다고 공을 인정했다. 가르시아 감독도 선수단에 감사를 전하며 자신이 시작한 세대교체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

가르시아 감독은 2025년 2월 도메니코 테데스코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흔들리던 황금세대의 끝자락을 정리하고 새 얼굴을 섞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월드컵 8강은 남겼지만 쿠르투아 교체 장면 하나가 18개월 재임의 마지막 인상으로 굳어졌다.
월드컵은 다른 나라의 감독 자리도 무더기로 삼켰다. 튀니지는 스웨덴에 1-5로 대패한 첫 경기 직후 사브리 라무시 감독을 경질했다. 한국의 홍명보 감독과 스코틀랜드의 스티브 클라크, 체코의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우루과이의 마르셀로 비엘사는 조별리그를 넘지 못한 뒤 물러났다.
독일의 율리안 나겔스만, 네덜란드의 로날드 쿠만, 포르투갈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도 탈락 뒤 지휘봉을 내려놨다. 프랑스와 결별한 디디에 데샹까지 더해지면서 조기 탈락국뿐 아니라 토너먼트 상위권 국가도 변화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도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홍명보 감독은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사퇴했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이어진 논란은 월드컵 실패를 거쳐 대한축구협회 책임론으로 번졌다. 새 사령탑을 찾는 작업은 단순한 후임 선임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까지 되돌려야 하는 일이 됐다.
벨기에의 후임 선임은 빈센트 만나르트 스포츠 디렉터가 맡는다. 새 감독의 첫 일정은 9월 말 로마에서 열리는 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다. 이어 프랑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한국과 벨기에를 포함한 16개 대표팀의 월드컵 후유증은 이미 다음 대회 준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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