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메시는 뛰지 않고 잉글랜드를 해부했다...'그라운드 위 감독'이 만든 월드컵 결승행 '집중 분석'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17 06: 37

39세의 리오넬 메시는 더 이상 경기장을 쉼 없이 누비는 선수는 아니다. 대신 그는 경기의 흐름을 읽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그라운드 위 감독'이 됐다. 잉글랜드가 월드컵 준결승에서 무너진 이유도 결국 메시의 축구 지능을 끝내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는 16일(한국시간) "메시는 경기장 위 감독처럼 움직이며 경기 도중 스스로 전술을 바꿔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라고 조명했다.
아르헨티나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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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경기 초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앤서니 고든과 모건 로저스가 아르헨티나 센터백들을 강하게 압박했고, 주드 벨링엄은 엔소 페르난데스를, 데클란 라이스는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를 전담했다. 엘리엇 앤더슨은 메시를 따라다니며 강한 몸싸움으로 아르헨티나의 중앙 전개를 차단했다.
BBC는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가 중앙에서 플레이하도록 유도한 뒤 피지컬로 압도하려 했다. 전반에는 그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메시는 곧 해결책을 찾아냈다. 메시는 점점 더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받기 시작했다. 앤더슨은 어디까지 따라가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 전반 10분, 엘리엇 앤더슨이 리오넬 메시를 향하던 패스를 가로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와 공을 끊어내는 수비와 뛰어난 예측 능력은 전반전 내내 이어졌다. / BBC
[사진] 메시는 중원 깊숙이 내려와 잉글랜드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을 벌린 뒤, 아르헨티나가 전진할 수 있도록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 BBC
시간이 흐를수록 잉글랜드의 전방 압박은 체력 저하와 함께 힘을 잃었다.
메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공을 오래 소유하며 앤더슨을 앞으로 끌어냈고, 비워진 공간으로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앤더슨의 적극성을 역이용한 것이다.
동점골 장면도 같은 원리였다.
후반 40분 코너킥 이후 메시는 엔소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안쪽으로 드리블했다. 앤더슨이 다시 메시를 막기 위해 중앙을 비우자 메시는 수비가 자신에게 몰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공을 내줬다. 엔소는 방해받지 않은 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사진] 메시의 존재감에 제드 스펜스와 앤더슨이 동시에 끌려 나왔다. 메시는 곧바로 페널티 박스 바깥에 자리한 엔소 페르난데스를 찾아냈고, 엔소는 충분한 공간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조던 픽포드를 뚫었다. / BBC
BBC는 "메시는 패스를 서두르지 않았다. 수비를 자신에게 최대한 끌어들인 뒤 가장 적절한 순간 엔소에게 연결했다"고 분석했다.
메시는 중앙에서도 벗어났다. 잉글랜드는 중앙 공간을 촘촘하게 막으며 리드를 지키려 했다. 메시는 오히려 오른쪽 측면과 잉글랜드 수비 블록 앞 공간으로 이동했다.
BBC는 "메시는 공간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상대가 따라오면 다른 공간이 열렸고, 따라오지 않으면 자유롭게 공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벨링엄의 위치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잉글랜드의 4-4-2 수비에서는 오른쪽 측면 수비를 벨링엄이 도와야 했다.
그러나 메시는 벨링엄이 공을 따라 올라가거나 중앙으로 좁혀질 때마다 그 뒤 공간으로 이동했다.
[사진] 메시는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 자리 잡았다. 잉글랜드 수비수들은 수비 대형을 유지할지, 메시에게 압박을 가할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BBC
BBC는 "메시는 벨링엄 뒤 공간을 반복해서 점령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오른쪽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며 계속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투헬 감독의 교체도 메시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잉글랜드는 후반 고든을 빼고 에즈리 콘사를 투입하며 파이브백으로 전환했다. 박스 안 숫자를 늘려 크로스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메시는 이 변화마저 이용했다.
수비 숫자는 늘었지만 중원 세 명이 넓은 공간을 모두 커버하기 어려워졌고, 메시는 오른쪽 측면과 하프스페이스에서 더욱 자유롭게 공을 다뤘다.
후반에는 데클란 라이스가 빠지고 니코 오라일리가 들어오면서 벨링엄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맡았다.
[사진] 메시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사이 벨링엄은 너무 높은 중앙 지역에 머물렀다. 공을 잡은 메시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는 측면에서 3대2 수적 우위를 만들었다. / BBC
BBC는 "벨링엄은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골문 가까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고, 다시 압박하기 위해서는 긴 거리를 뛰어야 했다. 그 사이 아르헨티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을 돌려 메시에게 연결했고, 메시는 마음껏 경기를 지휘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도 변화를 더했다.
맥 알리스터에게 박스 침투 역할을 맡겼고, 니코 곤살레스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를 투입해 제공권을 강화했다. 로드리고 데 폴도 측면으로 배치하며 오른쪽 공격 숫자를 늘렸다.
BBC는 "스칼로니 감독과 메시는 함께 잉글랜드를 무너뜨릴 공격 구조를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크로스를 공급하고 박스 안에는 헤더에 강한 선수들을 배치했다. 약 30분 동안 아르헨티나는 거의 모든 공격에서 잉글랜드 골문을 위협했다"고 평가했다.
[사진] 잉글랜드의 5-3-2 대형은 경기장 왼쪽에서 공이 있는 쪽으로 쏠렸다. 아르헨티나가 공격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하자 메시는 잉글랜드의 세 번째 중앙 미드필더 바깥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장면에서는 모건 로저스의 바깥쪽이었다. / BBC
[사진]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배치된 벨링엄은 데클란 라이스 같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만큼 전후 간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 틈에서 엔소 페르난데스가 슈팅을 시도해 코너킥을 얻어냈고, 해당 코너킥은 아르헨티나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 BBC
BBC는 "운동 능력은 예전만 못할지 몰라도 메시의 축구 지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라운드 위 감독이 된 메시가 경기 도중 직접 전술을 수정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었다"라고 평가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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