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28)가 또 한 번 프랑스오픈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는 다이애나 슈나이더(러시아)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롤랑가로스 여정을 마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4일(이하 한국시간) "사발렌카가 또 하나의 황금 같은 메이저 우승 기회를 손에서 흘려보냈다"라고 평가했다.
사발렌카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슈나이더에게 세트스코어 1-2(6-3, 5-7, 0-6)로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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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결과였다. 사발렌카는 1세트를 따낸 뒤 2세트에서도 4-1, 더블 브레이크 리드를 잡으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주며 마지막 13게임 중 12게임을 잃었다.
BBC는 "사발렌카는 현재 여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최강자"라며 "지난 몇 년 동안 11개의 WTA 타이틀을 차지했고 세계랭킹 1위 자리를 93주 동안 지켰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발렌카는 최근 여자 테니스계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다. 2023시즌 시작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8강 이전에 탈락한 적이 없다.
다만 메이저 대회 후반부에서는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호주오픈 두 차례, US오픈 두 차례 우승으로 통산 메이저 단식 4회 우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결승전 패배도 4차례, 준결승 탈락도 6차례나 경험했다.
이번 프랑스오픈은 특히 기회가 컸다. 대진표에 남아 있던 선수들 가운데 메이저 우승 경험자가 없었고, 사발렌카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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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렌카 역시 경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내가 이 대회에서 아직 우승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생각이 나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만들고 과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프랑스오픈을 앞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마드리드오픈 8강에서 헤일리 배프티스트를 상대로 매치포인트 6차례를 살리지 못한 채 패배했다. 이어 로마 대회에서도 소라나 크르스테아를 상대로 세트와 브레이크 우위를 지키지 못하며 무너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BBC는 사발렌카가 경기 중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슈나이더전에서 위너 46개를 기록했지만 범실도 57개를 쏟아냈다.
사발렌카는 "특정 순간이 되면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라고 인정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강한 바람이 변수로 작용했다. 바람이 계속 방향을 바꾸면서 공의 궤적이 흔들렸고, 사발렌카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BBC는 "사발렌카의 공격적인 베이스라인 중심 플레이는 이런 조건에 적합하지 않았다"라며 "플랜B를 준비하지 못한 대가를 치렀다"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전 테니스 선수 나오미 브로디 역시 BBC 라디오를 통해 "바람이 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마진을 늘리는 것"이라며 "사발렌카는 자신의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했고 그것이 결국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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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지난해에도, 올해도 사발렌카는 우승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번 두 번의 패배는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발렌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농담조로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제 시선은 윔블던으로 향한다. 사발렌카는 최근 세 차례 윔블던 출전에서 모두 준결승에 올랐다.
그는 "클레이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잔디에서도 자신감이 있다. 문제는 감정 조절이다. 이런 패배에 정말 지쳤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개막에 앞서 사발렌카는 프랑스오픈 상금 배분 문제에 항의하며 미디어 활동 시간을 15분으로 제한하는 선수들의 집단 행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사발렌카를 비롯한 선수들은 대회 상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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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렌카의 탈락으로 슈나이더와 마야 흐발린스카, 미라 안드레예바, 마르타 코스튜크 가운데 한 명이 이번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사발렌카에게 남은 것은 또 한 번 놓쳐버린 기회에 대한 아쉬움뿐이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