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수원 삼성 감독이 뼈아픈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수원 삼성은 2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제주 SK에 0-1로 패했다. 후반 20분 골키퍼 김민준의 아쉬운 판단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유리 조나탄에게 실점하며 무릎 꿇었다.
이로써 수원은 승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1부 복귀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 18715명의 관중이 맹추위를 뚫고 찾아와 '싸워서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라는 걸개로 응원했지만, 패배를 면치 못했다.


반대로 제주는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기며 잔류 청신호를 켰다. 이제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강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만약 2차전에서 수원이 1점 차로 승리한다면 곧바로 연장전에 돌입한다.
경기 후 변성환 감독은 "중요한 경기였고, 승리하기 위해 많이 준비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시즌 내내 수원이란 팀은 비기거나 이겨도 좋은 경기력으로 이기지 못하면 비난받는 팀이다. 리딩 클럽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는 팀이다. 시즌 도중엔 단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오늘은 처음으로 패배했지만,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오늘은 칭찬할 수 있을 거 같다. 특별한 경기이고, K리그1 팀을 상대했다. 결과적으로 패배했으나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라며 "특히 홍원진과 이민혁은 1부에서도 아주 좋은 중원 자원인 이창민과 이탈로를 상대로 잘했다. 두 선수의 장점이 잘 보이지 않게 했다. 경기력과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상당히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페널티킥은 김민준의 판단이 아쉬웠지만, 얼마든지 경기 중에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아직 후반전이 남아있다. 2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라고 강조했다.

수원은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으나 실점 이후 공격력이 무뎌졌다. 변성환 감독은 이에 대해 "실점 장면에서 레오가 직접적인 실수는 아니지만,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이후 김민준의 아쉬운 판단으로 페널티킥까지 이어졌다. 실점하다 보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급해진 거 같다.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차전에서 후회 없이 부딪쳐보겠다"라고 답했다.
경기 전 그는 4대 키워드로 간절함·피지컬·응집력·집중력을 꼽았다. 과연 이날 수원은 무엇이 부족했을까. 변성환 감독은 "다른 건 좋았지만, 집중력 부분에서 좋지 못해 페널티킥까지 주고 말았다. 그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상대에게 크게 위협적인 장면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상대가 잘하는 걸 잘 막으려 준비했다"라고 되돌아봤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 득점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벤치에서 봤을 때 다른 부분은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느꼈다. 2차전에선 무조건 득점해야 한다. 오늘 기조를 잘 이어가면서 득점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라며 "라커룸에서는 선수들끼리 좋은 얘기를 주고받고 있더라.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선수들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원은 코너킥 11개를 얻었으나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변성환 감독은 "제주가 워낙 높이가 좋은 팀이다. 새로운 패턴을 준비했다. 오늘 키커들이 말하길 너무 추워서 공이 생각만큼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 두발짝 더 앞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잘 안 됐다. 그 부분을 끝나고도 얘기했다. 더 디테일한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짚었다.

2차전에서 무조건 득점이 필요한 수원. 변성환 감독은 "밸런스를 깨면서 무리하게 공격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상대 홈이다. 0-1로 지고 있지만, 의욕만으로는 득점을 할 수 없다. 90분 동안 차분하게 경기를 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연장전까지 생각하고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반에 득점해서 1-1을 만들어도 후반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대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지켜보겠다. 나중에 승부를 걸 때가 온다면 밸런스가 무너지더라도 득점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변성환 감독은 수원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추운 날씨에 정말 많은 관중이 들어오셨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중 같았다. 수원 팬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킥오프 전에 봤을 때 우리 팀만 할 수 있다는 특별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성환 감독은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가장 아쉽다. 2차전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승리하는 방법을 찾겠다. 말로 표현하기로 어려울 정도로 감사함을 갖고 있다. 이기지 못해 죄송하다. 2차전은 정말 창단 30주년에 맞춰 승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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