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두산 베어스에서 등번호 ‘7’을 새기게 된 박찬호가 원래 7번의 주인이었던 이교훈에게 명품백을 선물하기로 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적생 박찬호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곰들의 모임’에서 취재진과 만나 “두산에서 등번호가 7번으로 결정됐다”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KIA 타이거즈에서 지난 2022년부터 4년 동안 등번호 ‘1’과 함께 영광의 시간을 보냈다. 2022년 도루왕, 2023년 유격수 부문 수비상에 이어 2024년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올스타, 유격수 수비상을 동시 석권했다. 박찬호에게 등번호 ‘1’은 좋은 기운의 상징이었다.

박찬호는 “KIA에서 야구를 그래도 잘했던 게 10년 중 4년이다. 그 4년을 1번과 함께 했다. 그래서 1번에 애착이 많이 가긴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두산에서도 ‘1’을 새기려고 했지만, 두산 1번의 주인 박치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치국은 내년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다.
박찬호는 “혹시 박치국이 FA가 아니었다면 부탁을 했을 수 있지만, 너무 중요한 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치국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굳이 무리해서 달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7번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적 직후 박찬호의 등번호는 ‘1’이 될 뻔 했다. 박치국이 최초 전화통화에서 '1'을 양보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박찬호는 “처음에 (박)치국이가 전화 와서 등번호를 준다고 했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진짜 준다고 해서 합당한 선물을 해준다고 했다”라며 “혹시나 마음이 바뀌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한 게 잘못이었다. 3분 후에 전화가 와서 ‘죄송합니다. 못 바꿀 거 같아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한테 미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마 여러 감정이 들었을 거 같다”라고 후배의 마음을 헤아렸다.

두산 7번의 원래 주인은 좌완 기대주 이교훈. 다행히 이교훈과 협상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7번을 양보한 이교훈에게 명품가방 선물을 약속했다.
명확한 금액 선도 설정했다. 박찬호는 “명품 가방을 사준다고 했다가 아내한테 혼났다. 사실 명품 가방이 1000만 원이 넘는 것도 있지 않나. 아내가 ‘기준점이 어디냐, 만일 1000만 원이 넘는 가방을 사달라고 해도 사줄 거냐’라고 해서 우리 교훈이는 그런 애가 아닐 거라고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찬호는 “여기서 그냥 딱 이야기하겠다. 300만 원 선이면 오케이다. 300만원대 초반에서 해결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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