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12년 절대 잊지 못할 것, KIA 팬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80억 '두찬호', KIA 떠나며 슬픔의 작별 인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11.18 21: 56

12년 간의 광주 생활을 마무리 하고 서울로 박찬호가 가슴 절절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박찬호는 18일 저녁, 자신의 SNS를 통해 KIA 타이거즈 팬들을 향한 감사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박찬호는 이날 오후, 데뷔팀 KIA를 떠나서 두산과 4년 80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28억원, 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번 FA 시장 1호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박찬호는 장충고 출신으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 석 자를 알린 그는 그해 도루왕을 거머쥐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2022년 도루왕, 2023년 유격수 부문 수비상 수상에 이어 2024년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올스타, 유격수 수비상을 동시 석권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KIA는 양현종, 삼성은 이승현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8회말 1사 1루 상황 KIA 박찬호가 달아나는 왼쪽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2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2024.10.28 / dreamer@osen.co.kr

박찬호 SNS

박찬호의 1군 통산 성적은 1088경기 타율 2할6푼6리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 장타율 .332 출루율 .328 OPS .660이다. 올해는 134경기 타율 2할8푼7리 148안타 5홈런 42타점 75득점 27도루 장타율 .359 출루율 .363 OPS .722의 성적을 기록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KIA는 양현종, 삼성은 이승현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8회말 1사 1루에서 KIA 박찬호가 좌중간 적시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4.10.28 / sunday@osen.co.kr
두산 구단은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다. 리드오프로서 역할은 물론 공격적인 주루 능력까지 갖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출신인 박찬호는 KIA 타이거즈에서 20대 청춘을 다 바치고 수난과 역경, 성장통을 딛고 국내 최고 수준의 수비를 과시하는 유격수로 성장했다. 그런 박찬호도 12년 간 광주에서 보낸 시간들을 쉽게 잊지 못할 듯 했고, SNS 작별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안녕하세요 박찬호입니다”며 “더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픕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네요. 사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시작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예상하지 못한 팀에서, 지인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맞이해야 했던 새로운 삶이었으니까요”라고 KIA에 입단했던 당시를 되돌아봤다.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황동재가, 방문팀 KIA는 네일이 선발 출전했다. 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을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은 박찬호가 ‘C’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다. 2025.05.23 / foto0307@osen.co.kr
박찬호는 “그렇게 시작된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마저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었습니다”면서 “데뷔 첫 경기부터 첫 안타, 첫 홈런, 끝내기, 도루 타이틀, 골든글러브, 수비상, 그리고 ‘우리’였기에 가능했던 우승의 순간까지. 신혼생활과 두 딸의 출생도 이곳에서 맞이했기에 광주에서의 12년은 절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보잘것 없던 저를 기아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원에서 제 손을 잡고 “우리 막내아들이야”라며 응원해주시던 할머님, 우승 후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 주시던 주민 아버님, 어디서든 우리 아이 손을 가득 채워 주시던 팬분들… 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요”라며 감사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광주를, 기아 타이거즈를 떠난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 시즌 동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담아 두려고 했습니다. 이별이 너무 힘들 걸 알았기에 혹시 찾아 올 이별의 순간에 스스로 대비하려 했던 것 같아요”라고 전하면서 “그래도 떠나는 팀에 걱정은 없습니다. 동생들 모두가 마음만 단단히 먹는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면 제 빈자리쯤이야 생각도 안 나게끔 더 뛰어난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고 친정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KIA 타이거즈가 불패의 12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KIA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접전끝에 7-5로 승리했다. 선발 양현종이 홈런 3개를 맞고 5실점했으나 두터운 불펜이 무실점으로 막고 추격전을 벌였다. 최형우의 홈런포함 2타점, 김태군의 역전타와 박찬호의 귀중한 쐐기타가 나왔다. 시리즈 4승1패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KIA 박찬호가 딸과 함께 삐끼삐끼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4.10.28 / jpnews@osen.co.kr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기아타이거즈 팬 여러분! 빼빼 마른 중학생 같았던 20살의 청년이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소중했던 광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기아타이거즈와 함께여서,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라며 “모두가 가족같았던 단장님, 감독님, 프런트, 코칭스텝, 선수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록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진 못하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12년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주신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받았던 과분했던 사랑과 응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추억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고 작별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박찬호는 두산 입단 소감에 대해 “어린 시절 두산베어스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며 “좋은 계약을 해주신 두산베어스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가 두산베어스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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