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왜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KT 위즈 등 복수 구단의 제안을 뿌리치고 두산 베어스를 택했을까. 결국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두산의 지극정성에 박찬호의 마음이 흔들렸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8일 오전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박찬호(30)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연봉 총 28억·인센티브 2억)에 계약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규모 80억 원 가운데 무려 78억 원이 보장된 파격 계약이다.
계약 후 OSEN과 연락이 닿은 박찬호는 “아직은 많이 낯설다. 실감이 안 난다”라고 웃으며 “전광판에 내 얼굴을 띄워서 FA 계약 사진을 찍어주신 게 구단 최초라고 하더라. 크게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맞이해주실 줄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두산맨이 된 소감을 전했다.

FA 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며 복수 구단의 오퍼를 받은 박찬호. 왜 최종 선택이 두산이었을까. 그는 “두산은 어린 시절 내 야구의 모토였다. 내가 마지막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그 기억이 가장 컸다”라며 “또 가장 먼저 오퍼를 주신 구단도 두산이었다. 여러 준비를 해서 오셨는데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지난 9일 FA 시장 개장과 동시에 박찬호 측과 접선했다. 박찬호에게 구단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자정 즈음 약속을 잡았고, ‘박찬호 V7’이 새겨진 유니폼 6벌을 들고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에게 줄 유니폼을 미리 준비했다. 성인용 4벌, 유아용 2벌을 선물했다. 박찬호 이름과 함께 등번호 자리에 V7를 새겼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박찬호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웃긴다고 해야 할까”라고 운을 떼며 “‘내가 이 정도 선수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 사실 12시 땡 하자마자 오퍼를 받는다는 자체가 꿈만 같은 이야기다. 선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러웠는데 그걸 두산이 이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KIA 시절 두산은 박찬호에게 어떤 팀이었을까. 그는 “최근 성적은 좋지 않지만, 내 기억 속 두산은 항상 무서운 팀이었다. 짜임새가 좋고 항상 야구를 잘했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라고 회상하며 “이제 내가 그 팀의 일원이 됐다. 이제 이렇게 받은 이상 야구를 잘하는 건 고정값이 됐다. 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찬호는 내년 시즌부터 두산 어린 내야수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두산 내야는 양석환, 강승호 정도를 제외하고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박찬호는 “아직 두산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해본 게 아니라서 일단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파악을 해야 한다. 그 다음 잘 이끌도록 하겠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박찬호는 2014년부터 10년이 넘도록 자신을 응원한 KIA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찬호는 “그 동안 정말 큰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KIA를 떠나는 마음이 너무 아쉽다”라며 “내가 떠나더라도 KIA에는 능력 있는 후배들이 충분히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새롭게 만나는 두산 팬들을 향해서는 짧지만 강렬한 각오를 남겼다. 박찬호는 “허슬두를 되찾겠다”라고 외치며 새로운 4년을 기대케 했다.

박찬호는 장충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차 5라운드 50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 석 자를 알린 그는 그해 도루왕을 거머쥐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박찬호는 2022년 도루왕, 2023년 유격수 부문 수비상에 이어 2024년 134경기 타율 3할7리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커리어하이와 함께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 한국시리즈 우승, 올스타, 유격수 수비상을 동시 석권했다. 1군 통산 성적은 1088경기 타율 2할6푼6리 951안타 23홈런 353타점 514득점 187도루 장타율 .332 출루율 .3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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