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는 새 감독이 부임하면 구단이 외부 FA 영입으로 ‘취임 선물’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산의 새 사령탑 김원형 감독 역시 부임과 동시에 의미 있는 선물을 받았다. 두산은 18일 FA 내야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 원에 계약하며 새 사령탑에게 확실한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
박찬호는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를 유격수로 소화한 정통 유격수다. 도루왕 2차례, 수비상 2차례,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과 내구성을 모두 입증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공격적인 주루 능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으며 두산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줄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산 관계자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 내야에 안정감을 더해줄 것”이라며 큰 신뢰를 드러냈고, 박찬호 역시 “어릴 적 꿈꾸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원형 감독에게는 이보다 더 든든한 첫 선물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FA 시장이 열렸지만 롯데는 움직이지 않았다. 박찬호, 강백호 등 팀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매물들이 있었지만 구단은 올해도 지갑을 열지 않았다. 오프 시즌이 길게 남아 있어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3년 전 17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 실패의 그림자가 짙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를 잇달아 영입하며 당시에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모그룹의 190억 유상증자 지원까지 받으며 공격적으로 움직였으나 결과적으로 투자 효과를 얻지 못했고, 이는 현재 구단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았다.
연봉 구조가 계약 후반부로 몰려 있는 탓에 샐러리캡 운용도 빠듯해졌다. 올해 들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FA 시장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

이로 인해 김태형 감독은 부임 후 2년 연속 취임 선물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시즌 3위에 머물다가 12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롯데는 현실적으로는 가장 조용한 오프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김원형 감독이 박찬호라는 확실한 전력 보강을 안고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가는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제한된 환경에서 어떤 해법으로 전력을 다듬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의 움직임이 멈춘 겨울, 두 사령탑의 대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