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적 일본을 만나 사사구 23개에 밀어내기 볼넷 4개로 자멸한 대표팀 마운드. 그러나 사령탑은 이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실력이 아닌 경험 부족을 원인으로 짚은 뒤 내년 3월 희망을 제시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마치고 1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15일과 16일 양일간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도쿄돔에서 일본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갖고 1무 1패를 기록했다. 첫날 일본에 4-11 역전패를 당한 뒤 이튿날 9회말 2사 후 터진 김주원의 솔로홈런에 힘입어 극적인 7-7 무승부를 거뒀다.

평가전 영웅은 연이틀 도쿄돔 담장을 넘기며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한 ‘괴력의 사나이’ 안현민이었다. 생애 첫 태극마크임에도 강한 2번타자 중책을 맡아 1차전 4회초 선제 투런포, 2차전 8회말 추격의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해 프로야구 신인왕 유력 후보인 안현민은 대표팀에서 대형사고를 치며 새로운 일본킬러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일본 복수 언론은 “한국에 사무라이 재팬 킬러가 탄생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공수에서 주전 2루수의 품격을 뽐낸 리드오프 신민재의 활약도 강렬했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날 5타수 3안타 2득점, 이튿날 5타수 1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송성문, 처음 태극마크를 새긴 한화 이글스 히트상품 문현빈,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계투를 상대로 홈런을 친 김주원도 내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승선 전망을 밝혔다.
타선과 달리 마운드는 고질적인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첫날 곽빈(3⅓이닝 3실점)-이로운(⅓이닝 무실점)-김택연(⅓이닝 무실점)-이호성(0이닝 4실점)-성영탁(1이닝 무실점)-김건우(2이닝 무실점)-이민석(1이닝 2실점), 둘째 날 정우주(3이닝 무실점)-오원석(⅓이닝 3실점)-조병현(1이닝 2실점)-김영우(⅔이닝 1실점)-박영현(2이닝 무실점)-배찬승(1이닝 1실점)-김서현(1이닝 무실점)이 출격했는데 이틀 동안 밀어내기 볼넷 4개 포함 사사구 23개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류지현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평가전 성과를 꼽자면
평가전 엔트리와 내년 추가 합류 엔트리가 조합을 잘 이룬다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그런 구상을 했다.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평가전이었다.
-체코, 일본과 평가전을 통해 얻은 소득, 발견한 보완점은
투수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젊은 선수들로만 운영을 해야 했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 가운데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발견했고, 이런 부분이 WBC까지 긍정적으로 갈 거 같다. 공격에서는 안현민이라는 선수를 찾았다. 기존 선수들이 합류했을 때 타순이 굉장히 조화롭게 움직일 거 같다.
-마운드는 숙제로 남았는데
KBO리그에서 좋은 기량을 펼친 선수로 구성했는데 국제대회에서 정신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선수들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찾을 수 있었고, 베테랑과 조화를 이루면 더 탄탄한 투수진이 될 것이다.
-안현민의 타격을 어떻게 봤나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꾸준히 했던 선수다. wRC+(조정 득점 생산력)가 가장 좋은 수치를 보이는 선수라 2번타자가 적합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기대를 했던 부분이 결과로 나타났다. 향후 굉장히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거 같다. 본인도 자신감을 얻었을 거다. 내년 WBC에서 분명히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도쿄돔이라는 무게감도 있다. 나도 첫 경기가 굉장히 긴장됐다. 선수들은 더했을 것이다. 또 공인구 적응에 대한 문제도 있었을 거다. 향후 기존 선수들이 합류해서 조화를 이루면 문제 없을 거라고 본다.
-베테랑 투수들의 필요성을 느꼈을 거 같은데
내년 1월 소집 때 베테랑 선수들을 포함시키려고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
-투수교체에 있어 제약이 컸을 거 같다
시즌이 끝난 뒤 치러진 평가전이라서 선수들 부상과 관련해 감독으로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연투를 안 시키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다. 정우주 선수가 50개를 기준으로 나갔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3이닝을 맡아줘서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 박영현도 1이닝만 마치고 내려오는 건데 본인이 팀 상황을 알고 투구수가 적으니 한 번 더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했다. 굉장히 고마웠다. 이런 게 바로 팀이 아닌가. 분명 내년 WBC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또 어제 9회말 김주원 홈런도 선수 혼자의 힘으로 쳤다기보다 벤치에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게 자연스럽게 결과로 이어졌다.
-심판 판정도 석연치 않았는데
그건 언급하지 않겠다. 1차전 끝나고 화면을 봤는데…. WBC에는 조금 더 경험 있는 분들이 오시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우리 목표는 WBC다. 이번 경험을 통해 도쿄돔에서 본인의 홈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3월에는 집처럼 편안하게 경기할 거 같다.

-도쿄돔 2경기를 통해 일본전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을 거 같다
선수들이 더욱 느꼈을 것이다. WBC 최종 명단은 우리도 일본도 다른 구성원들이 합류할 거다. 그럼 팀이 더 강해질 거로 본다. 그런데 사실 이번 평가전에서도 일본의 좋은 투수들이 많이 나왔다. 그들을 접하면서 자신감 있는 타격을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거 같다.
-메이저리그 내 한국계 선수 선발 진행 상황은
지금도 계속 공감을 하고 있다. 1월 정도 발표가 날 듯하다.
-1월 소집 때까지 일정은
다음 주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다. 거기서 1월 사이판 전지훈련 소집 명단을 꾸리고, 선수들에게 바로 전달할 계획이다. 12월 초 전에 전달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12월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평가전을 치른 선수들이 트레이닝 파트와 공감을 했고,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잘 이뤄지면 1월 소집 때 몸을 더 잘 만들어서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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