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 자이언츠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움직인다고 하면, 무조건 ‘큰 손’ 노릇을 했다. 감독들을 수없이 갈아치우는 와중에서도 감독들에게 FA 선물은 화끈하게 했다.
그런데 롯데 역사상 가장 명망이 높았고 그동안 롯데가 선임한 감독과 180도 다른 유형이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을 데려왔는데, FA 영입 선물을 한 명도 해주지 못했다.


올해 정규시즌 3위에 머물고 8월부터 거짓말 같은 12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추락을 거듭한 롯데였다. 팀의 체질을 좀 더 개선해야 하고 선수단 보강도 필요했다. 롯데가 이번에는 FA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설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지난 2년 동안 잠잠했기에 올해는 나설 때가 됐다는 세간의 평가였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올해 롯데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손 조차 빼지 않았다. 팀에 필요한 내야수 박찬호, 거포 강백호 등의 매물들이 있었지만 롯데는 올해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앞으로 시장은 한참 남았지만 롯데가 움직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2022시즌이 끝나고 투자한 170억원이 사실상 매몰비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을 4년 50억원, 그리고 투수 한현희를 3+1년 최대 40억원에 데려왔다.

당시에는 야심찼던 영입이었다. 모그룹의 190억 유상증자 지원으로 야구단에 힘이 실렸고 이 금액을 고스란히 FA 영입에 투자했다. 하지만 그룹의 지원을 받았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다. 투자가 실패하면 투자자는 이후 자금을 지원해주기 힘들다. 모그룹이 야구단에 지원한 투자금은 회수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때 170억원의 투자 실패로 구단은 할 말이 없어졌다. 전임자의 패착을 지금 수뇌부가 뒷수습을 하고 있는 꼴이다.
실제로도 롯데는 이 3명의 FA들과 계약하면서 연봉을 계약 후반부로 몰아 넣으면서 현재 롯데 운신의 폭을 좁혔다. 현재 구단 수뇌부는 샐러리캡 때문에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올해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듯 했지만 결국 이 170억 투자 실패의 여파로 FA 시장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23시즌이 끝나고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내년까지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외부 FA 영입 선물을 한 명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2010년대 역임했던 롯데 감독들과 비교해서 초라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1년 이후, 2년 이상 재임한 감독들 가운데 10억원 이상 규모의 외부 FA 선물을 받지 못한 유일한 감독이 바로 김태형 감독이다.
▲2011년 이후 롯데 감독별 외부 FA 영입
- 양승호(2011~2012) : 투수 이승호(4년 24억원), 투수 정대현(4년 36억원 / 이상 2012년)
- 김시진(2013~2014) : 내야수 최준석(4년 35억원 / 2014년)
- 이종운(2015) : 없음
- 조원우(2016~2018) : 투수 윤길현(4년 38억원), 투수 손승락(4년 60억원 / 이상 2016년), 내야수 이대호(4년 150억원 / 2017년 / 해외 복귀), 외야수 민병헌(4년 80억원 / 2018년), 내야수 채태인(1+1년 10억원 / 2018년 / 사인 앤 트레이드)
- 양상문(2019 중도 사퇴) : 없음
- 허문회(2020~2021.5) : 내야수 안치홍(2+2년 56억원 / 2020년)
- 래리 서튼(2021.5~2023.8) : 포수 유강남(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4년 50억원), 투수 한현희(3+1년 40억원 / 이상 2023년)

- 김태형(2024~현재) : 내야수 김민성(2+1년 9억원 / 2024년 / 사인 앤 트레이드)한 시즌만에 물러난 이종운, 반시즌 만에 물러난 양상문 감독을 빼면 모두 거액의 외부 FA를 사령탑에게 선물로 안겼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이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성이 유일하다. 내부 FA 자원도 모두 잡지 못했다. 2024년 FA가 된 안치홍이 4+2년 72억원에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대신 전준우(4년 47억원), 김원중(4년 54억원), 구승민(2+2년 21억원)을 잔류시켰다.
롯데는 전력 보강과 투자가 분명 필요했다. 김태형 감독은 유격수 박찬호를 원했지만 두산과 4년 80억원 계약이 임박했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머니싸움을 해보지도 못했다.

전임자의 170억원 투자 실패 후폭풍. 여러 사람을 힘들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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