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정현수(24)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82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144경기의 절반이 넘는 57%에 가까운 비중이었다. 2004년 류택현(LG)과 2008년 정우람(SK)의 85경기 최다 등판 기록 경신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데뷔 2년차 시즌, 완전히 신뢰를 얻었고 자리를 잡았다. 82경기 등판했고 47⅔이닝 2승 12홀드 평균자책점 3.97의 성적을 기록했다. 좌완 핵심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는 것은 팀의 신뢰를 받은 투수였다는 의미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피로도가 많이 누적됐다고도 볼 수 있다. 정현수 포함, 80경기 이상 출장한 12명의 투수들 중 2023년의 김진성(LG)을 제외하면 모두 좌완 투수다.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성격의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만큼 경기에 나서기 위해 매일 등판을 준비했다. 준비 과정도 피로도 누적이 영향을 당연히 끼친다.



정현수와 같은 선수들은 비시즌 휴식을 충분히 취하기 마련, 마무리캠프에는 참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현수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캠프 참가 명단은 구단이 정한 것이지만, 또 정현수의 몸 상태가 괜찮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정현수는 캠프 기간 한두 차례 정도 가볍게 불펜 피칭을 했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밸런스 운동과 근력 운동, 회복 훈련이 주를 이룬다.
정현수는 마무리캠프 참가에 군말없이 응했다. 스스로는 “운동을 좀 더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뭔가 모르게 아쉬운 감이 계속 있었다. ‘이것만 더 좋았으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비시즌은 따로 있으니까 여기서 부족했던 점을 준비를 하자고 생각했다. 또 여기에서 다른 포커스도 만들어보고 다른 운동 방법도 찾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뭔가 모를 아쉬움’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정현수는 “그는 경기에서 구종 선택이나 타구 결과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나 스스로 흔들릴 때가 있었다. 잘 던지고 있다가도, 매일 똑같은 리듬으로 던지고 있다가도 갑자기 리듬이 흐트러져서 볼넷을 주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 게 정말 아쉬웠다”며 “맞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점은 체력을 떠나서 리듬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리듬을 유지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마무리캠프에서 제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마무리캠프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올해 아쉬웠던 투구 리듬을 꾸준히 이어가고 제 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코치님과 함께 배우고 있다. 지금은 잘 안되지만 그러다 보면 제 몸을 더 쓰면서 좋은 리듬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언제든 출격 대기였던 상태였던 정현수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모든 게 감사하게 다가왔다. 2군이 아닌 1군에서 경기를 뛰고 팀 승리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너무 감사했다. 또 한 편으로는 공부도 많이 됐던 시즌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무엇을 배웠을까. 그는 “구승민, 김원중 선배님과 스프링캠프 때부터 밥 먹으면서 이것저것 다 여쭤봤는데 올해 캐치볼 하면서 팔 관리는 자기가 해야하고 또 운동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또 시즌 6~7개월 가량 힘들더라도 매일 자기 루틴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또 연습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합 때 잘하려는 시도들이 곧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또 시즌 때 느껴봐야 한다고 선배들이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딱 와닿았다. 물어보고 듣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더라.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딱 힘든 시기가 온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현수는 “50경기가 넘었을 때 그때 힘든 게 다가왔다”며 “선배들이 말씀하셨던 게 이거라는 걸 느껴서 또 물어봤다. 그러자 ‘받아들여라’고 하시더라. 안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체력이 조금 떨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해서 유지하려고 했고 그러면서 또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등판 경기 수에 대한 의식은 했을까. 그는 “솔직히 의식도 안했다”면서 “사실 경기 나서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러다 80경기 쯤 됐을 때 ‘80경기나 나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직 1군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도 어리다. 오늘 경기 나섰다고 내일도 나서는 게 아니고 오늘 잘 던졌다고 내일 안심하면서 야구장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까 82경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82경기나 나선 정현수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어쩔 수 없다.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들의 이후가 좋았던 적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 이듬해 수술 혹은 부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도 그는 “제 나름대로 부상을 안 당할 자신이 있다. 제가 또 남들 생각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한다. 웨이트 뿐만 아니라 가동성 훈련을 많이 한다. 가동성 보강은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동 중 하나다. 시즌 중에도 계속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풀타임을 잘 보냈다고 해서 저는 절대로 1군 선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절대 만족하지 않으려고 한다. 야구 그만둘 때까지 만족하지 않고 준비를 잘 하겠다”며 “정말 걱정 하나도 안하셔도 될 것 같다. 제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제가 작지만 강하다”고 힘주어 말하며 철인의 강인함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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