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보상 받아야 한다" 뉴욕 담당기자가 저지 안찍다니…'포수 최초 60홈런' 랄리 리스펙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5.11.14 15: 40

역대급 접전의 MVP 투표였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를 제치고 2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3번째 MVP를 수상했다. 그런데 양키스 연고지인 뉴욕의 유권자는 저지 대신 랄리를 찍었다. 납득이 가능한 이유였다.
‘MLB.com’과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양대리그 MVP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MVP는 오타니가 개인 통산 4번째 MVP를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역대 최초 양대리그에서 2회 씩 MVP를 수상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내셔널리그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는 역대급 접전의 MVP 투표였다. 저지가 수상은 했지만 강력한 대항마였던 랄리의 득표율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도 투표 결과 저지는 간발의 차이로 MVP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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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는 1위표 17장, 2위표 13장을 받아 총점 355점을 얻었다. 그리고 랄리는 1위표 13장, 2위표 17장으로 335점을 얻었다. 1위표는 4장, 총점 기준 20점 차이에 불과했다. 지난 2019년 마이크 트라웃과 알렉스 브레그먼 이후 가장 치열한 접전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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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는 올해 타율 3할3푼1리 179안타 53홈런 114타점 137득점 OPS 1.145의 성적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기준 타율 1위, 홈런 2위, 득점 2위, 타점 2위, 최다안타 3위, OPS 1위 성적을 기록했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의 경우 bWAR 9.7 fWAR 10.1을 기록했다. 
랄리의 누적 성적은 저지보다 다소 떨어지긴 하다. 159경기 타율 2할4푼7리 147안타 60홈런 125타점 110득점 14도루 OPS .948의 성적을 남겼다. bWAR 7.4, fWAR 9.1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랄리는 포수 역대 최초 60홈런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야구에서 체력소모가 가장 극심한 포수라는 핸디캡을 얻고도 메이저리그 역대 7번째 60홈런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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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타자로 38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다. 올해 포수로만 121경기 1072이닝을 소화했다. 반쪽짜리 포수가 아니었다. 포수로 출장한 경기에서 때려낸 홈런만 49개였다. 이 역시도 메이저리그 포수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진짜 포수 60홈런이라고 평가해도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아울러 스위치히터 최초 60홈런이라는 전대미문 기록이기도 했다.
그러나 저지의 꾸준하면서 역대급인 퍼포먼스 앞에서는 60홈런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랄리를 향한 ‘리스펙’이 저지의 연고지인 뉴욕에서 나왔다. 전미야구기자협회의 MVP 선정은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15곳의 연고지에서 대표 기자 2명 씩, 총 30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펼친다. 1위부터 10위까지 선정해서 투표를 마친다. 
경쟁이 치열하면 연고지 기자들은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오타니처럼 반박이 불가능한 역대급 선수에게는 만장일치로 표를 던지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애틀 매리너스를 담당하는 ‘시애틀 타임즈’의 팀 부스, 라이언 디비시 기자는 모두 랄리에게 표를 던졌다. 그런데 뉴욕의 투표권자 중 한 명이었던 ‘디애슬레틱’의 타일러 케프너는 양키스의 저지가 아닌 시애틀의 랄리를 1위로 꼽았다. 또 다른 뉴욕 유권자였던 ‘AP’의 로날드 블럼은 저지에게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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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케프너는 ‘디애슬레틱’을 통해 랄리에게 MVP 1위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케프너는 “역사는 보상을 받아야 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오면 그것을 기리는 것이 중요하다. 랄리의 60홈런은 포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스위치히터 단일 시즌 최다 홈런 등 하나가 아닌 2개나 갈아치운 성과다. 705타석에서 이를 달성했는데 포수 포지션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랄리는 121경기를 포수로 출장했고 수비 이닝은 애런 저지보다 249⅔이닝 더 많았다. 포수라는 가장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부담이 큰 자리에서 27경기 가량의 수비를 더 한 셈이다. 투수 리드, 파울팀에 의한 충격, 주자 견제, 홈에서의 플레이 등 모든 부담을 한 달 더 수행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랄리의 전반기 활약은 결정적이었다. 부상으로 무너진 선발진을 이끌고 부진했던 타선을 동시에 떠받치면서 시애틀의 지구 우승을 위한 7월 트레이드의 기반을 만든 것이다. 랄리는 역사적인 타격 성적을 올리는 동안 정규시즌 포수로서 극한의 부담까지 동시에 짊어졌다”며 올해 랄리의 절대적인 존재감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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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의 퍼포먼스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저지가 놀라운 시즌을 보냈다는데 동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규시즌 포수로서의 가치는 저지의 압도적인 비율 스탯의 가치가 더 높다고 말한다”며 “물론 저지의 비율 성적은 압도적이다. 저지는 랄리보다 단타가 더 많았고 BABIP에 있어서도 저지는 .376, 랄리는 .248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지가 기록한 장타는 랄리보다 1개 더 많았을 뿐이다. 저지는 85개, 랄리는 84개다”고 주장했다.
또한 WAR 차이에 대해서도 “이 정도의 차이는 MVP 논쟁을 뒤집을 만큼 결정적이지 않다. 이전의 역사도 살펴볼 이유가 있다. 오타니는 2022년 34홈런 OPS .875, 투수로 15승 9패 166이닝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말도 안되는 투타겸업 시즌을 치렀지만, MVP는 62홈런을 때린 저지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역사적인 기록이었기 때문”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당시 저지의 62홈런은 아메리칸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아울러 약물 의혹이 전혀 묻지 않았던 ‘청정 60홈런’이었기에 더 가치있게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로 랄리에게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고 “역사는 보상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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