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KBO 아시아쿼터 선수 1호로 대만인 좌완 투수 왕옌청(24)을 영입했다. 아시아, 호주 국적(이중국적 제외) 선수 중 직전 시즌 아시아리그에 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쿼터 시장에서 왕옌청은 ‘대어’로 분류됐다. KBO 여러 팀들이 노렸지만 한화가 끈질긴 노력으로 왕옌청을 품는 데 성공했다.
2001년생으로 20대 중반 영건인 왕옌청은 2019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국제 육성 계약을 맺고 일본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라쿠텐에서 6년을 몸담는 동안 1군 기록은 없지만 2군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NPB 이스턴리그 통산 85경기(343이닝) 20승11패 평균자책점 3.62 탈삼진 248개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풀타임 선발로 로테이션을 돌았다. 22경기에서 116이닝을 던지며 10승5패 평균자책점 3.26 탈삼진 84개로 활약했다. 데뷔 첫 100이닝 이상 시즌으로 이스턴리그 다승 2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올랐다. 1군에서도 기회를 받을 만한 성적이었지만 외국인 선수 신분이라 쉽지 않았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지만 1군 엔트리 등록은 4명으로 제한된다.

일본 2군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고, 좌완으로 150km대 강속구를 던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180cm, 82kg 체격을 갖춘 왕옌청은 간결한 딜리버리에서 최고 시속 154km까지 던졌다. 변화구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로 오랜 일본 경험을 통해 슬라이드 스텝도 빠르다. 지난 2월 해외 스카우트들을 전부 일본 오키나와로 보내 아시아쿼터 대상 선수들을 물색한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왕옌청을 집중 관찰했다. 투수 전문가 손혁 단장도 실전 경기를 3차례 직접 지켜보며 왕옌청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라쿠텐에서도 왕옌청을 쉽게 풀어주지 않았다. 6년간 자체 육성한 선수로 2군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보험용 외국인 선수로 필요했고, 다른 구단들이 발길을 돌릴 때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협상을 이어가면서 마침내 이적의 길이 열렸다. 한화에서 별도의 이적료를 라쿠텐에 지불하는 조건으로 왕옌청을 영입했다.
한화가 발표한 왕옌청의 연봉은 10만 달러로 아시아쿼터 상한액 20만 달러의 딱 절반이다. 같은 날 KT 위즈가 계약을 발표한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출신 우완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의 12만 달러(계약금 포함 연봉 9만 달러, 인센티브 3만 달러)보다 적은 금액이다.
커리어를 볼 때 왕옌청이 스기모토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화가 라쿠텐에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왕옌청의 연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한화가는 정확한 이적료를 밝히지 않았지만 아시아쿼터 상한액이 20만 달러인 만큼 10만 달러 안에서 라쿠텐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왕옌청에게는 10만 달러도 큰 금액이다. 최근 3년간 일본에서 연봉 300만엔씩 받았다. 우리 돈으로 약 2800만원 박봉이었다. 10만 달러가 현재 환율로 약 1억4600만원이니 한국에 와서 왕옌청의 연봉은 5배 이상 뛰었다. 내년 시즌 한화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면 향후 더 큰 수입, 나아가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왕옌청은 "한화의 제1호 아시아쿼터 선수로 입단하게 돼 영광이다. 기회를 주신 한화 구단에 감사드린다. 한화는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으로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과 사랑이 대단한 팀으로 알고 있다. 이런 훌륭한 팀의 일원이 돼 정말 기쁘고, 하루빨리 팬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올 시즌 한화가 높이 비상했는데 내년 시즌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2년 연속 라쿠텐 2군 투수를 데려와 대박을 노린다. 올해 외국인 투수 최초 4관왕을 달성한 에이스 코디 폰세도 지난해 라쿠텐에 몸담았고, 2군에서 11경기(60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2.25 탈삼진 65개를 기록했다. 폰세의 팀 메이트였던 왕옌청도 한화에서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