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을 보면 주인공 손오공이 모래주머니와 같은 엄청난 무게의 장비들을 걸치고 수련의 시간을 보낸다. 수련은 고되지만, 훗날 실전에서 장비들을 모두 내려놓자 달리기, 발차기 등 모든 신체 능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조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이와 비슷한 훈련을 소화 중이다. 야수조에 지옥의 펑고 시간인 ‘디펜스 데이’가 있다면 투수조는 죽음의 전력질주로 하체를 강화하고 있다.
두산은 투수조 러닝 훈련 시간에 특별한 장비를 마련했다. 이는 15kg 상당의 흙주머니로, 트레이닝파트에서 직접 미야자키 아이비 스타디움의 흙을 각 15kg씩 담아 총 3개의 주머니를 제작했다.


선수들은 이를 허리에 차고 50m 전력 질주를 5차례 이상씩 반복했다. 러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은 왕복 100m를 수차례 달렸다. 그야말로 지옥의 러닝이었다. 당일 라이브피칭 등을 앞둔 선수를 제외한 모두가 흙주머니와 함께 뛰었고, 향후에도 4일 턴에 한 차례씩 흙주머니 러닝을 실시할 계획이다.
‘투수 조련사’ 김원형 감독은 마무리캠프 시작과 함께 투수들의 러닝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트레이닝파트에서 러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강구했고, 선수들이 무게를 올린 채 달리며 파워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드래곤볼 손오공처럼 15kg 흙주머니를 빼고 맨 몸으로 달릴 때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이 훈련의 목적 중 하나다.


마무리캠프 투수조장인 제환유는 “15kg의 저항이 더해지니까 확실히 하체를 더 쓰게 된다. 보폭을 크게 앞으로 내딛으면서 새로운 자극이 느껴졌다. 힘들었다”라며 “초등학교 때 타이어를 달고 뛴 뒤 이런 훈련은 처음이다. 뛰면서 조금씩 적응도 됐고, 이후 맨몸으로 뛰니 더 빠르고 가벼운 느낌이었다”라고 흡족해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 출신 이주엽은 “몸이 너무 무거웠고, 달린 뒤 허리도 잘 안 펴졌다. 하고 나면 하체가 단단해진 느낌이 확실히 든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남은 마무리캠프 기간에도 하체 강화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두산 트레이닝파트는 “이 훈련은 순간적인 스피드와 몸 전체의 파워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과거 타이어를 달고 달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라며 “흙주머니를 차고 50m를 달리면 확실히 속도가 더디다. 처음 출발할 때 강한 힘을 내는 것에 익숙해지면 맨 몸으로 달릴 때 가벼운 느낌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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