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세상]누가 ‘일 잘하는 총재’를 흔드는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5.11.11 16: 36

한국프로야구를 관장하는 기구인 KBO가 요즘 뒤숭숭하다. 2년연속 꿈의 관객수인 1000만명 돌파라는 역대 최다관중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까지 무사히 치른 KBO이지만 갑작스런 국정감사 지적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사무검사까지 곤욕이다. 최고 흥행 성과를 이룬 잔치집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외부 간섭에 난감한 처지다. 문체부는 10일 KBO에 총재 법인카드 사용, 포스트시즌 VIP초대 등과 관련해서 현장 사무검사를 실시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야구계 일부에서는 여권의 정치인이 차기 총재를 바라보며 작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다. 프로야구가 최고의 흥행을 거두며 산업으로 발전하려는 단계에서 ‘숟가락’을 얹으려한다는 얘기다. 야구에 관심있는 정치권 인사가 차기 총재로 오려고  허총재 낙마를 위해 사전정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정치권이 오히려 크게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많은 야구계 인사들과 야구팬들은 현재의 야구 붐을 조성하고 사업성을 높인데에는 허구연 현 총재의 성과가 크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치권인사가 야구계에 슬쩍 발을 들인다면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것이 확실하다. 과거 정치권에서 온 대부분의 총재들은 명예와 급여만 취할 뿐 제대로 된 야구적 성과를 거둔 것이 거의 없었다.

▲허구연 총재의 대표적 성과는
허구연 총재의 성과는 대단하다. 유명 해설가였던 허구연 총재는 2022년 전임 정지택 총재의 잔여 임기 1년을 채우면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 유영구 총재에 의해 KBO발전위원장을 맡으면서 전국을 누비며 야구장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다. 당시 별명이 '허프라'일 정도다. 총재가 된 후에는 KBO의 ‘실무형 수장’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2023년 10개 구단의 만장일치 지지로 3년 임기의 제25대 총재가 된 이후에는 KBO의 사업화와 그에 따른 소속사(10개 구단)의 수익기반 확대에 힘을 쏟았다.
그결과 KBO의 가장 큰 사업인 중계권 계약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방송중계권과 인터넷 등 뉴미이더 중계권료로 연간 총1000억원을 달성하며 각구단에 이전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을 안겼다. 여기에 국가대표팀의 평가전 등을 기획해서 수익확대를 꾀하며 성과를 배가시켰다. 야구 중계권 계약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 야구장 인프라 확대와 야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높이는 각종 이벤트는 2년 연속 관중 1000만 돌파라는 업적을 세웠다. 자회사 KBOP를 활성화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수익증대와 팬관심 향상에 기여. 관중이 늘어나면서 유니폼 등 야구 굿즈 판매수익은 이전보다 10배 이상 증대하며 각구단의 자립기반을 다지는 데 톡톡한 효과를 냈다. 연일 만원관중으로 관중수입이 대폭 증대됐음은 물론이다. 프로야구 출범때부터 만성적자에 허덕였던 구단들이 이제는 자립기반이 생겼다는 평가다. 이전에는 모기업의 지원으로 적자를 메웠다.
일부에서는 총재의 성과가 높다해도 법인카드 등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은 문제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역대 총재 중에서 허 총재 만큼 발로 뛰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낸 총재는 없기에 대부분 구단들은 총재의 법인카드 사용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다.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난 미국 메이저리그의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연봉이 600억 원이 넘는 등 성과를 내면 그만한 보상을 구단들이 인정한다.
구단들 뿐만아니라 야구계 인사들도 허 총재의 야구계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대표적으로 야구인들의 취업을 위해 뛰고 있는 점이다. 허 총재는 최근 울산광역시와 시민프로야구단 창단에 대한 협약식을 가졌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프로야구 2군 리그에 합류키로 했다. 야구단이 창단되면 선수, 코칭스태프 등 50여명이 취업할 수 있다. 허 총재는 울산시를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 시민프로야구단을 창설해 프로야구 인기를 전국화하면서 야구인들의 일자리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허총재가 취임 때부터 추진했던 일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또 허 총재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의 대화에도 적극이다. 선수협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총재 중 처음으로 직접 소통을 가지는 등 선수들과도 프로야구 발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초의 야구선수 출신 총재로서 후배 현역선수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결하는데 힘을 보탠다는 생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보다도 한 발 앞서 적용하며 세계 최초를 기록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ABS)'은 획기적이다. 초기에는 일부 선수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공정한 판정'으로 인정받고 있다. 허총재의 과감한 결정이 돋보였고 야구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지적된 문제에 대한 KBO의 해명은
단초는 조국혁신당 김재원 국회의원이 지적한 총재 법인카드 과다사용과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인 김기춘 전KBO 총재, 그리고 총재의 개인적 VIP 관람권 이용 등이었다. 김의원은 허구연 KBO 총재가 커피권, 제과 등을 사적으로 과다하게 사용했고 잦은 해외출장과 과도한 출장비 등을 문제삼았다. 문체부의 국고지원을 받는 사단법인의 장이 과도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점. 또 김기춘 전총재를 초청한 점, 그리고 친분있는 인사들에게 VIP관람권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장에 나간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총재 법인카드 사용은 국고지원과 상관없는 10개구단 회비인 KBO 운영자금(2025년 220억원)의 일부이다. 커피권과 제과는 총재를 찾은 손님들과 내부직원들에게 선물용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 200억원 정도인 문체부 국고지원은 대부분 아마야구 발전 지원에 쓰이며 KBO 운영자금과는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부분에 허 총재는 “역대 총재들을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축제인 포스트시즌에 초청하는 것은 관례이다. 물론 문제가 됐던 분을 생각없이 초청한 부분은 실수”이지만 “VIP 관람권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항변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던 VIP관람석에 의사는 초대한 것이 맞지만 의사와 함께 있던 미국 식당 사장은 자신이 초청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원래는 유영구 전임 총재를 초청했으나 막판에 무산된 후 2023년 WBC대표팀 치료에 도움을 주는 등 KBO 여러 선수들을 꾸준히 돌봐왔던 의사에게 전달했고, 의사가 남은 한 장을 개인적 친분이 있는 미국 식당 사장을 초대하고 함께 한국시리즈를 관람하게 됐다고.
미국 식당 사장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식당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재미교포 실업가이다. 한국프로야구단 전지훈련 및 대표팀 미국 훈련 때도 여러모로 도움을 준 인물이다. 한마디로 ‘피닉스 한국야구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해준 고마운 분이다. 허 총재도 예전 해설가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는 등 한국야구인들과 친분이 두텁다. KBO에서 충분히 VIP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나 당시 허총재가 직접 초청했던 인사는 아니었다.
▲정치권에 바란다. 지적은 참고하지만 직접 들어오지는 마라
허 총재는 추진력이 강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다보니 때로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역대 총재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큰 업적을 이루고 있는 인물로 허 총재를 단연 손꼽는다. 많은 야구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국정감사때 쏟아진 기사들에 달린 팬들의 대부분 댓글에는 허 총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자칫 오판해서 허 총재를 낙마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들면 심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의 역풍이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는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제는 낙하산으로 총재를 꽂던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야할 때가 됐다.
이번 문체부의 현장검사가 순수하게 KBO의 국고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조사로 끝나기를 바란다. 여기서 잘못된 점이 나오면 문제삼을 수 있다. 문제점에 대한 시정이나 페널티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불순한 의도가 담겨진다면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 행여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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