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지옥훈련? 과거에는 이게 기본 강도” 라떼-꼰대 조롱에도, 캡틴은 왜 소신 발언 아끼지 않았나 [오!쎈 미야자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5.11.09 11: 4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마무리캠프의 캡틴 김인태가 지옥훈련에 지쳐가고 있는 후배들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현장에서 만난 김인태는 김원형표 지옥훈련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건 아닌 거 같다”라고 운을 떼며 “어린 선수들이 이런 훈련을 안 하다 보니 힘들 수 있는데 이게 원래 기본적인 거다. 내가 두산에 처음 입단했을 때도 이 정도 강도의 훈련을 했다. 요즘 많은 팀들이 훈련 방향성을 질에서 양으로 바꾸고 있다. 몸을 힘들지만, 솔직히 이게 맞는 거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새롭게 두산 지휘봉을 잡은 두산 김원형 감독은 9위 수모를 겪은 야구명가를 일으키기 위해 마무리캠프부터 이른바 지옥훈련을 지시했다. 수비의 경우 ‘디펜스 데이’를 신설해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지옥의 펑고를 받게끔 했고, 투수조를 향해 “마운드에 이틀 이상 오르지 않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스케줄상 공을 안 던지는 날이어도 스스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면 좋겠다. 여기는 부족한 점을 메우는 곳이다”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김인태 / 두산 베어스 제공

신예들은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훈련 강도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캠프 주장을 맡은 김인태는 지금의 고통이 반갑게 다가온다. 과거 왕조 시절 혹독한 훈련으로 정규시즌에서 값진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후배들을 독려하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김인태는 “선수들한테 지금도 사실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고 늘 이야기한다”라며 “물론 교육리그부터 소화한 선수들은 힘들 수 있다. 또 내야수들이 펑고 시간에 넘어지고 구르면서 힘들어 한다. (박)계범이 말을 들어보니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중시하지만, 이렇게 몸을 날리면서 훈련했던 적은 거의 없기 때문에 더 힘들 수 있다고 하더라. 계범이도 제대하고 이런 훈련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를 떠올리면 이건 힘든 게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김인태 / 두산 베어스 제공
비록 캠프이지만, 커리어 첫 주장을 맡은 김인태. 고충은 없을까. 그는 “어린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애들이 시끄럽게 파이팅을 외치는데 나 혼자 처져 있을 순 없다. 또 팀의 방향성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확실하게 잡아줘야 한다. 캠프 야수들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데 감독님이 후배들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주장을 맡겨주신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캠프 주장을 맡으면서 정규시즌에서 주장을 맡았던 (양)의지 형, (양)석환이 형이 생각나더라. 주장이 정말 쉽지 않은 자리라는 걸 매일 느끼고 있다. 이 짧은 기간에도 힘든데 정규시즌은 훨씬 더 힘들 것이다. 형들이 대단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인태 개인적으로도 이번 마무리캠프는 상당히 소중한 시간이다. 2024년 원치 않은 강제 휴식을 딛고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2025시즌 106경기 타율 2할1푼3리 3홈런 25타점 17득점 OPS .684의 저조한 기록을 남기며 1년 전 공백을 실감케 했다. 
김인태는 “변명이지만, 올해 ABS를 제대로 처음 경험해봤다. 스트라이크존의 높이를 익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다 변명이다”라며 “정말 감각이 죽어있었다면 초반부터 안 좋아야 하는데 초반에 잘하다가 성적이 떨어졌다. 작년에 경기를 못 뛴 게 야구 체력에 영향을 준 거 같고, ABS 적응을 그래도 어느 정도 했다는 걸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싶다”라고 되돌아봤다. 
김인태 / 두산 베어스 제공
이번 마무리캠프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타격 향상이다. 그는 “일단은 잘 쳐야 한다. 잘 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수비도 잘해야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타격이 좋지 않아서 조중근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실 매년 이렇게 하고 있지만, 올해도 코치님과 방향성을 정립하면서 타격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인태도 어느덧 내년 시즌 32살이 된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4순위로 뽑힌 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긴 프로 생활을 하면서 승부처 한방을 때려내는 ‘신 스틸러’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는 무서운 대타보다 안정적인 주전이 돼야 한다. 
김인태는 “모든 선수가 다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모든 건 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 못 하면 뒤로 밀리는 거고, 대타로도 못하면 2군에 가는 것이다.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라며 “1살 1살 나이가 들수록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밀려버리면 아예 자리를 잡을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할 것이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주장 김인태에게 끝으로 마무리캠프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 오셔서 말씀하셨던 게 이렇게 많은 훈련을 할 수 있는 건 지금 시기밖에 없기 때문에 참고 열심히 하자고 하셨다”라며 “라떼일 수도 있고, 꼰대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힘들 때 몸을 더 힘들게 했으면 좋겠다. 많이 해야 많은 걸 느낀다. 다들 캠프 기간 동안만이라도 혹독한 훈련을 해서 좋은 점을 많이 갖고 한국에 돌아갔으면 한다”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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