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FA 최대어로 평가받는 LG 트윈스 우승 캡틴 박해민이 잭팟의 꿈을 잠시 접고 대표팀에서 국위 선양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체코, 일본과 평가전을 앞둔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대표팀 3일차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을 이끌 주장으로 박해민을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류 감독은 “박해민은 팀에서 주장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현재 구성원으로 봤을 때 경험 있는 선수가 후배들을 이끌었으면 하는 마음에 선임을 하게 됐다”라며 “대표팀이 11월에 끝나는 게 아닌 내년 3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고참급 선수들은 1월부터 엔트리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이런 부분을 계산하면서 적임자가 누구일지 고민했는데 박해민으로 최종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1990년생인 박해민은 올해 LG 주장을 맡아 2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6리 3홈런 43타점 80득점 49도루 OPS .725로 활약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 홈런을 비롯해 안정적인 수비 및 리더십을 뽐내며 우승 캡틴으로 우뚝 섰다.
고척에서 만난 박해민은 “대표팀은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자리라서 내가 뭐 할 게 있나 싶다. 감독님께서 LG에 계실 때 날 직접 경험하셨기 때문에 주장을 맡겨주신 거 같다. 또 이번 평가전을 위해 차출된 선수들 가운데 내가 나이가 가장 많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라며 “감독님께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을 갖고 잘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주장이 된 소감을 전했다.

박해민은 한국시리즈에서 주장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표팀 주장의 무게감을 묻자 “소속팀과 똑같은 거 같다.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최근 국제대회서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부담감이 있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은 순간 우승 여운은 모두 사라졌다. 내가 이 대표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해민은 지난 3일 저녁 선수단 미팅 자리에서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묵직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항상 성적이 안 좋았다. 물론 이번에는 평가전이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대표팀에 올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을 가진 선수가 혹시라도 있다면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마음을 강하게 바꿔먹고 4경기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서먹서먹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참들이 KBO에 적극적으로 회식을 건의했다. 당시 투수조 최선참 고영표가 선수단 최선참 박동원, 주장 송성문과 함께 회식을 주도하며 단합을 도모했다. 이를 들은 박해민은 “선수들끼리 나이 차이가 조금 나기 때문에 나 또한 회식을 할 수 있다면 건의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박해민은 국가대표팀과 별개로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생애 두 번째 FA 권리 행사를 앞두고 있다. 외야 FA 시장의 최대어로 분류된 상황이지만, 체코, 일본과 평가전을 모두 마칠 때까지 FA라는 키워드는 잠시 잊기로 했다. 박해민은 “대표팀에서 FA 관련 질문을 받는다는 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죄송하지만, 그것과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라고 대표팀 올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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