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홈에서 LG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아쉬웠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확정된 순간, 1루 홈 덕아웃에서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던 선수는 바로 ‘에이스’ 코디 폰세(31)였다.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날, 폰세는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마운드의 흙을 주워 담아 유니폼 바지에 집어넣었다.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5차전을 1-4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우승이 좌절됐다. 대전 신구장 첫 해인데 한화가 아니라 LG의 우승 축포가 터졌으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비록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한화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그 중심에 외국인 투수 최초 4관왕을 차지한 폰세가 있었다. 한화가 이번 가을야구에서 거둔 4승 중 3승도 폰세 선발 경기에서 나온 것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폰세는 한 시즌을 돌아보며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다. 이제 오프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우리 팀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고, 다른 팀 선수들과도 친해졌다. 정말 놀랍고 소중한 경험이다”고 말했다.
이날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며 동료들에게 기를 불어넣은 폰세는 “마음껏 즐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원을 하려 노력했다”며 “LG가 우승 세리머니 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팀에 합류한 첫 날부터 우리가 원했던 것은 홈구장에서 우리의 우승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올해는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다시 준비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긴 시즌이 끝난 폰세의 머릿속에 가장 큰 것은 첫 아이 출산이었다. 23일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폰세는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 출산이다. 하루빨리 아이를 보고 싶다”며 “며칠 동안 몸을 회복하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는 24일 열리는 KBO 시상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폰세는 “팀 동료들과 장난도 많이 치며 웃고 떠든 한 시즌이었다”며 “한화 팬들도 정말 열정적이었다. 항상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지해주는 팬들이다”고 고마워했다.
한화가 내년 시즌 다시 우승에 도전하려면 폰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높아 현실적으로 잔류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화 팬들이 내년에도 팀에 남을지 여부를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폰세는 “난 아무 것도 모른다. 미디어와 멀리 하려고 한다”며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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