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마무리투수 김서현(21)이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한화는 지난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7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에 몰린 한화는 홈구장에서 LG의 우승을 바라볼 위기에 처했다.
이날 패배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화가 8회까지 4-1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7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았고 김서현도 8회초 2사 1, 2루에서 등판해 오스틴 딘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이 화근이 됐다. 김서현은 제구가 흔들리며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박동원과도 2볼 1스트라이크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면서 승부를 들어갔다가 추격의 투런홈런을 맞고 말았다.
천성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김서현은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결국 1사 1루에서 박상원과 교체돼 이날 등판을 마쳤다. 하지만 박상원이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결국 4-7로 경기가 뒤집혔다. 김서현은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1순위)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은 올해 시즌 초반 기존 마무리투수 주현상이 부진에 빠지면서 갑작스럽게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게 됐다. 그렇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42경기(40⅔이닝) 1승 1패 1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하고 전반기를 마쳤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김서현의 페이스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후반기 성적은 27경기(25⅓이닝) 1승 3패 1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한화의 정규시즌 우승 도전이 걸려 있던 지난 1일 SSG전에서는 9회말 2사에서 현원회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뒤이어 이율예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맞아 큰 충격을 안겼다. 우승 경쟁을 하고 있던 LG가 같은 날 열린 시즌 최종전에서 NC에 패해 1위 결정전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는 희망이 있었지만 김서현이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한화는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2위가 확정됐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의 충격적인 결과에서 회복할 새도 없이 김서현은 곧바로 가을야구에 돌입해야 했다. 지난 18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한화가 9-6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자신의 첫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김태훈의 안타와 강민호의 진루타로 이어진 1사 2루에서는 대타 이성규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김서현은 김범수와 교체됐고 김범수가 추가 실점 없이 남은 이닝을 막아내면서 한화는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이후에도 김서현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 22일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한화가 4-1로 앞선 무사 1, 2루에서 르윈 다이즈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홈런을 허용하며 한화의 승리를 날렸다. 김헌곤을 삼진으로 잡아낸 김서현은 이재현과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결국 한승혁과 교체됐다.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흔들리면서 한화는 포스트시즌 투수 운용 계획이 모두 꼬이고 말았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투수가 아닌 구원투수로 뛰어야 했고 마지막 5차전에는 코디 폰세에 이어 와이스가 구원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김서현은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마무리투수로 복귀했다. 지난 26일 이미 경기 흐름이 넘어간 1차전에서 점검차 등판해 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김서현은 지난 29일 3차전에서는 한화가 1-2로 지고 있는 8회초 1사 1, 3루에서 폭투를 던져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추가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고 한화는 8회 6득점에 성공하며 김서현은 1⅔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이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이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음에도 4차전에서도 김서현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고 치명적인 패배로 돌아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정말 너무나 잘해서 무조건 승리했어야 할 경기였다. 아쉽게 역전패를 당해서 많이 아쉽다. 항상 뒤에서 지면 아쉽다. 어제는 LG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오늘은 우리 팀에서 있었는데 야구가 참 어려운 것 같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김서현이 계속해서 불안한 투구를 했음에도 9회까지 밀고 나간 것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맞고 난 다음에 이야기하는 건데 할 말이 없다. 8회에는 잘 막았다”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1승 3패로 몰린 상황에서 우승에 성공한 것은 2013년 삼성이 유일하다. 당시 삼성은 올해 한화처럼 2연패 후 1승을 거두고 4차전에서 패했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외에 3승 1패를 선점한 팀들은 모두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 확률은 94.4%(17/18)에 달한다. 그만큼 이날 경기 패배는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화에 너무나 치명적인 패배였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