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세상]'기사회생' 김서현, 강정호의 '야구 마인드'가 필요하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5.10.30 12: 17

야구는 단체운동이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잘할 때 팀승리가 따라온다. 개인의 돌출행동 보다는 팀워크,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구기 운동이다. 하지만 때로는 개인주의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내가 잘해야 팀도 승리한다'는 마음가짐.
올해 한화 이글스의 뒷문을 튼튼히 지키며 팀승리에 기여했던 김서현(21)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눈물의 첫 승'을 따냈다. 김서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LG 트윈스와의 3차전에 8회 구원 등판, 1⅔이닝 1피안타 1사구 무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7-3 역전승과 함께 승리투수가 됐다. 19년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승리로 이끈 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김서현은 “8회 역전을 하게 돼 좋다. 선배님들이 많이 집중해주셔서 역전승을 했고, 분위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8회 결승타를 터뜨리며 데일리 MVP에 선정된 심우준은 “(김)서현이가 자신 있게 던져줘서 기분 좋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고, 더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어 김서현은 “(지난 1일) SSG전부터 시작이었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을 잃었다. 야구장에서 위축되고, 경기에 나가서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위 선배님들, 코치님들, 불펜 포수로 있는 형도 많이 응원해줬다. 최대한 빨리 일어서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며 “‘너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주눅들 필요없다’ 그런 말 들으니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빨리 자신감 많이 찾고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주변에 고마움을 표했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도 김서현은 “SSG전부터 힘든 일이 많았다. 안 좋은 일도 있고 했는데 오늘 너무 오랜만에 잘 막았다. 9회에 막은 경기가 오랜만이었고, 그동안 힘들었던 게 갑자기 (눈물로) 나왔다”고 돌아봤다. 
김서현은 인터뷰에서 선배 등 팀동료들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았지만 "주위에서 공격적인 말들이 많아 위축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악성 댓글 등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김서현은 이날 승리 투수를 기점으로 다시 비상할 태세를 갖췄다. 주변의 이야기에 너무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투구를 펼치면 시즌 중에 보여줬던 모습으로 팀승리에 기여할 것이다.
강속구로 투수인 김서현은 젊은 선수로 앞길이 창창하다. 비단 이번 한국시리즈 뿐만아니라 앞으로 야구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한화의 기둥이 돼야할 선수이다. 김서현은 구위도 더 가다듬어야하지만 멘탈도 더 강해져야 한다. 야구선수에게는 '야구멘탈'이 있어야 한다. 일종의 '야구 마인드'이다.
이런 점에서 한 때 국내무대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던 강타자 유격수 출신 강정호(38)를 반면교사 삼을 만 하다. 강정호는 비록 음주운전 물의로 야구계에서 퇴출됐지만 '야구멘탈'에서는 철인이었다.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서 자신의 실책으로 당시 넥센 히어로즈(감독 염경엽 현 LG 트윈스)가 삼성에 져서 준우승을 했을 때의 일이었다.
강정호는 자신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팀이 패하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시리즈 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래도 제 덕분에 1차전서 승리하는 등 좋은 성적도 있었지 않냐"며 지난 경기는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사실 넥센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는 등 그 해 유격수 40홈런을 때려낸 강정호 덕분에 한국시리즈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정호는 다음 시즌 미국 무대로 진출했다. 그 때도 염경엽 감독에게 '강정호가 미국서 성공하겠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정호는 멘탈이 정말 강한 선수다. 주위의 평가나 나쁜 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잘 적응하고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말대로 강정호는 동양인 타자, 특히 한국무대에서 건너간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힘들지 않냐는 편견을 보란듯이 깨트리며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하루아침에 김서현이 강정호처럼 멘탈적인 부분에서 강해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야구생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경기 부진은 빨리 털어내야 한다. 나쁜 기억과 주변의 평가에 얽매이면 다음 경기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많고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는 자세를 갖는 다면 김서현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이제 살아나기 시작하는 김서현의 투구가 한화의 미래를 어떤 길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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