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전 전패.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각기 다른 3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1021승 명장’ 김경문(67) 한화 이글스 감독에게 잔인한 가을 징크스가 또 이어졌다.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첫 승이 또 좌절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2차전에서 LG 트윈스에 5-13 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 2-8 패배에 이어 1~2차전을 모두 내주며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연패를 당한 21개팀 중 역전 우승을 차지한 팀은 2007년 SK, 2013년 삼성 2개팀밖에 없다. 확률상 9.5%.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5차전 접전 끝에 3승2패로 꺾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한화는 그러나 1차전에서 2-8 완패를 당했다.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문동주가 선발로 나섰으나 4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5회도 못 버티고 내려갔다.


불펜도 6회에만 4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진 한화는 수비 불안과 타선의 결정력 부재까지 이어지며 완패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2차전 선발로 좌완 류현진 내세워 반격을 노렸고, 타선도 황영묵을 1번으로 깜짝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황)영묵이가 (임)찬규한테 공격을 잘했더라”며 2차전 LG 선발투수 임찬규를 공략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기대대로 황영묵은 1회 첫 타석부터 임찬규의 초구 직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문현빈의 투런포, 노시환의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이 터진 한화는 6번 타순으로 내려간 손아섭의 좌익선상 2루타, 하주석의 중전 적시타로 4득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5일 쉬고 나선 선발투수 류현진도 1회를 삼자범퇴로 시작하며 한화 흐름으로 넘어가는가 싶었다. 그러나 2회 류현진이 안타 5개, 볼넷 1개로 대거 5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3회에도 박동원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 3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난타당했다. 불펜도 6점을 내주면서 LG의 일방적 흐름으로 경기가 넘어갔다. 1번 타자 황영묵은 4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지만 타선도 1회 4득점 이후 8이닝 동안 1득점으로 LG 마운드에 막혔다.
이로써 김경문 감독의 지독한 한국시리즈 잠실구장 연패 징크스가 계속됐다. 두산 감독이었던 2005년 삼성과의 3~4차전부터 2007~2008년 2년 연속 SK에 3~5차전을 내리 패했던 김경문 감독은 NC로 팀을 옮겨서도 2016년 친정 두산과의 1~2차전을 모두 내주며 잠실구장에서면 10전 전패를 당했다.

지난해 6월 한화 사령탑을 맡아 현장 복귀한 김경문 감독은 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각기 다른 3개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사령탑은 故 김영덕 전 감독(OB·삼성·빙그레)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이 또 한 번 증명됐지만 개인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잠실 첫 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LG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내준 김경문 감독은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 12전 전패를 기록했다. 2008년 2차전을 시작으로 구장을 가리지 않고 한국시리즈 개인 10연패도 이어간 김경문 감독은 통산 한국시리즈 전적도 3승18패(승률 .143)에 그치고 있다.
1~2차전 패배로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끝난 건 아니다. 대전 홈에서 열리는 3~5차전에 반격의 기회가 남아있다.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선발로 나설 3~4차전에선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전에서 2경기를 잡으면 6~7차전 잠실에서 다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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