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중요한 역할로 쓰게 될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최고 히트작은 ‘불펜 문동주’였다. 올 시즌 팀의 4선발로 던진 문동주는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1차전 홀드와 3차전 구원승을 거두며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고,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문동주를 불펜으로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인 투수 정우주(19)가 있었다. 지난달 시즌 막판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정우주를 두 차례 선발로 기용하면서 “내년을 위해 얻는 게 있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때부터 가을야구에서 불펜 문동주 카드를 구상하며 대체 선발을 찾고 있었다.


지난달 15일 대전 키움전 첫 선발을 2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 기록한 정우주는 29일 대전 LG전에서 3⅓이닝 1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지난 19일 2차전 구원 ⅔이닝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만루 위기 극복하며 강심장을 보였다.
이어 22일 대구에서 열린 4차전에 선발로 깜짝 투입됐다. “나이는 어리지만 담대하다”는 김경문 감독의 기대대로 정우주는 긴장하지 않고 자기 공을 계속해서 던졌다. 최고 시속 154km, 평균 152km 직구로 삼성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타자들 눈높이에서 떠오르는 것 같은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이 계속 나왔다.

한화가 역전패를 당하면서 정우주의 호투가 조금 묻히긴 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우주는 “첫 해부터 가을야구에서 선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제게 큰 경험을 선물해주셨다”며 “한국시리즈 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고, 정우주에게 더 큰 무대가 찾아왔다. 문동주가 1차전 선발로 들어가면서 정우주가 다시 불펜 역할을 넘겨받았다. 1차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 활용에 대해 “이제 우리 팀 중간에서, 선발이 나오고 난 다음에 바로 쓸 수 있다.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로 쓰게 될 것이다”며 필승조 기용을 시사했다.
한화가 2-4로 뒤진 6회 정우주가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2점차 추격권이었고, 정우주의 역할이 중요했다. 선두 타자 박동원을 4구 만에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 잡을 때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 구본혁 상대로 5구 만에 볼넷을 준 것이 아쉬웠다. 4~5구 직구가 몸쪽 높게 존을 벗어났다. 이어 박해민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손에서 빠져 오른 다리를 맞혔다. 안타 없이 연속 사사구로 1사 1,2루가 되자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교체를 알렸다.
투구수 10개로 최고 시속 154km, 평균 150km 직구(7개) 중심으로 슬라이더(2개), 커브(1개)를 던졌다. 직구 속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흔들렸고, 좌타 라인이 이어지자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를 10구 만에 빠르게 바꿨다.

좌완 조동욱이 마운드를 넘겨받았지만 폭투와 볼넷으로 만루가 됐고, 다시 바뀐 투수 박상원이 신민재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아 정우주는 2실점을 기록했다. 박상원이 김현수, 문보경에도 좌전 적시타를 맞은 한화는 6회에만 4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1차전을 2-8로 패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볼넷이 많은 게 아쉽다. 안타수는 똑같았지만 볼넷 이후에 점수를 많이 내줬다”며 7사사구 허용을 아쉬워했다. 그 중 2개가 정우주로 큰 경기에서 경험으로 교훈을 얻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