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쁩니다. 마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캡틴’ 채은성(35)이 데뷔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감격을 누렸다. 프로 입단 17년차에 첫 한국시리즈인데 상대가 친정팀 LG 트윈스라 더욱 흥미롭다.
채은성은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벌어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5차전에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3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11-2 완승을 이끌었다.


1회 첫 타석부터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만든 채은성은 3회 우측 펜스 끝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로 삼성 선발 최원태를 무너뜨렸다. 5회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에 이어 8회 중전 적시타까지 5타점 경기를 펼치며 해결사 면모를 발휘했다.
이로써 한화는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삼성을 꺾고 2006년 이후 19년 마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9년 프로 입단한 채은성 개인적으로는 데뷔 17년차에 이룬 첫 한국시리즈라 더욱 감격이다. LG 시절 6차례 가을야구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한 아픔이 있다.
채은성이 2022년 시즌을 마치고 한화로 FA 이적하자마자 LG가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멀리서 LG의 우승을 보는 채은성의 마음도 복잡미묘했다. 당시 그는 “LG 입단 동기인 (오)지환이, (정)주현이, (최)동환이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친구로서 좋았다. LG에서 같이 오래한 코치님들과 프런트 분들까지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좋긴 한데…”라며 “제가 그 자리에 없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LG를 같이 떠난 (유)강남이, (이)형종이와도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묘하다는 말 외에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돌아봤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이런 상황이 싱숭생숭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한화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어린 친구들과 같이 가을야구부터 경험을 쌓으면 우승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한화의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주장으로 솔선수범했다. 한화 이적 3번째 시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고, 이제는 친정팀 LG를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경기 후 채은성은 “너무 기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쁘다”며 한국시리즈에서 LG를 만난 것에 대해 “여러 감정이 오갈 것 같다. 옛 동료들도 있고, 친정팀이라 그런지 기대가 되는 게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LG는 정말 강한 팀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도 되게 어려운 팀이고, 여러모로 뭔가 다 갖춰진 팀이다. 그러니까 1위를 한 것이다”며 “한 명이 잘해서 이기긴 쉽지 않다. 모두들 다 집중하고, 자기들이 맡은 역할을 해내야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팀 전체의 힘을 강조했다.
LG의 절친한 동기인 오지환과 맞대결도 기대되는 요소. 채은성은 “안 그래도 (오)지환이한테 연락이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계속 왔다. 1차전에 지환이 전화를 받고 MVP를 받아서 계속 전화가 왔다. 오늘은 두 번 전화를 주더라”며 웃은 뒤 “한국시리즈 올라가서 보자는 얘기를 했는데 보게 됐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기긴 했지만 삼성의 저력에 5차전까지 힘을 뺀 부분은 걱정되는 요소. 하지만 4차전에서 5회까지 4-0으로 앞서다 4-7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지만 5차전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채 한국시리즈로 올라가게 된 만큼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다.
채은성은 “또 한 번 배우는 것 같다. (지난 1일) SSG전 때도 (9회 2사 후) KT 마지막 남은 경기 선발투수(오원석)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도 그러지 말자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그렇게 됐다”며 “오늘 (이)재원이 형, (류)현진이 형이 처진 분위기를 많이 올려줬다. 후배들 많이 다독여주고, 응원해주셔서 팀 분위기 처질 상황이 없었다. 형들한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가을야구가 처음인 3~4번 타자 문현빈과 노시환의 활약도 채은성에겐 뿌듯한 요소. 두 선수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채은성은 “정말 대견스럽다. 가을야구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1차전부터 하는 거 보니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겠더라. 그릇이 다른 선수들이다. 전사의 심장을 가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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