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통산 최다 2618안타를 기록 중인 손아섭(37·한화 이글스)이 데뷔 19년차에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한다.
손아섭은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5차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3출루 활약을 펼치며 한화의 11-2 대승에 기여했다.
한화는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삼성을 꺾고 1위 LG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6년 이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로 손아섭에게도 의미 있는 순간이다. 2007년 입단 이후 19년차에 마침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고 치러진 이날 5차전에서 손아섭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1회 삼성 우완 선발투수 최원태을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파울 커트 2개와 볼 1개를 골라내며 7구 승부를 이어간 끝에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가운데 몰린 커터를 잘 받아쳤다.
이어 루이스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희생번트로 2~3루 진루에 성공한 손아섭은 노시환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올렸다. 지면 탈락인 5차전에서 기선 제압을 이끈 것이다.

2회에는 최원태의 6구째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손아섭은 4회 바뀐 투수 이승민에게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하지만 6회 무사 1루에서 배찬승에게 볼넷을 골라내 추가 1득점의 징검다리를 놓았고, 8회 김재윤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때리며 2안타 포함 3출루로 1번 타자로서 제 몫을 다했다.
이로써 손아섭은 프로 데뷔 19년차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지난해 삼성 강민호가 21년차에 처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손아섭은 역대 2000경기 이상 출장자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선수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강민호는 롯데 시절 함께했으나 한국시리즈 경험 없는 손아섭, 전준우, 정훈(이상 롯데)에게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화이팅해”라고 덕담을 건넸는데 1년의 시간이 흘러 손아섭도 한을 풀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손아섭은 2021년 시즌 후 4년 64억원 FA 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했다. 지난해까지 18시즌을 뛰며 통산 최다 안타 기록도 썼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도 좀처럼 닿지 않았다. 롯데 시절인 2008~2012년, 2017년 총 6차례 가을야구에 나갔고, NC 이적 후 2023년 가을야구를 한 번 더 경험했다. 그러나 7번 모두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2011년, 2023년 두 차례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패하며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했다. NC에선 2연승 이후 3연패로 역스윕을 당해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프로 19년차가 된 올해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NC에서 시즌을 시작한 손아섭은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던 지난 7월31일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타선 보강이 필요했던 한화는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전체 23순위), 현금 3억원을 주고 손아섭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했다.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 통산 OPS 1.008에 달하는 손아섭의 가을 활약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손아섭은 35경기 타율 2할6푼5리(132타수 35안타) 1홈런 17타점 OPS .689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통증으로 관리를 받는 등 정규시즌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가을야구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 5-6으로 뒤진 6회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에 실패했지만 투구 중 삼성의 바뀐 투수 배찬승의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키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3차전도 2-4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우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루이스 리베라토의 우측 1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아 추격 득점을 올렸다. 이어 노시환의 좌월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한화 역전승의 시작점이 됐다. 4차전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날 5차전 1회 선취점을 이끌며 활로를 뚫었다.
지난해 강민호는 첫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1승4패로 지며 준우승 만족했다. 1년 후 강민호의 삼성을 넘어 첫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낸 손아섭이 우승의 한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와 LG의 한국시리즈는 26일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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