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정우주(19)가 처음 경험하는 가을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가을야구에서 선발로 호투하며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우주는 지난 2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 선발등판,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 던지는 오프너 선발을 맡았는데 4회 1사까지 기대 이상 투구를 보여줬다.
2회 선두타자 김영웅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김태훈, 이재현, 강민호를 연이어 삼진 잡고 이닝을 끝낸 정우주는 3회 첫 타자 양도근까지 4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을 펼쳤다. 타자 눈높이에 형성된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에 삼성 타자들의 배트가 계속 헛돌았다.

4회 1사까지 총 투구수 67개로 최고 시속 154km, 평균 152km 직구(43개)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이상 12개)를 던졌다. 5개 삼진을 잡은 결정구 모두 직구로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힘으로 완전히 찍어누르며 포스트시즌 선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한화가 4-7로 역전패하며 정우주의 호투도 조금 묻힌 감이 있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남겼다. 정우주는 24일 대전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첫 해부터 가을야구에서 선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저를 믿고 써주신 (김경문)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 큰 경험을 제게 선물해주신 것 같다”고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해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담대하다”는 김경문 감독의 표현대로 정우주는 큰 경기에서도 떨지 않고 차분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에 대해 그는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 매회 신중하게 했다”며 웃어 보였다.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문동주도 경기 후 4차전 선발로 예고된 정우주에 대해 “신인이지만 삼진율이 엄청 높다.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본인이 알고 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우주 공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고 격려했는데 그 말이 정우주에겐 큰 힘이 됐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53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82개를 잡아 9이닝당 13.8개를 기록한 정우주는 50이닝 이상 기준으로 2012년 삼성 오승환의 13.1개(55⅔이닝 81개)을 넘어 역대 1위 수치를 찍었다. 정우주는 “(선발 통보를 받고) 솔직히 위축돼 있었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동주 형이 그렇게 얘기해주시니까 긴장이 풀렸다. 제 장점에 대해 한 번 더 짚고 들어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마워했다.

문동주 말대로 정우주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했다. 존을 벗어난 공이 마치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줬고, 삼성 타자들의 배트가 계속 늦었다. 그는 “하이 존으로 가야 제 직구 살기 때문에 최재훈 선배님이 하이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쓰자고 얘기하셨다. 선배 사인에 한 번도 고개를 안 흔들었다. 리드를 잘 따라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포수 최재훈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5차전에 정우주는 류현진과 함께 미출전 선수로 분류됐다. 63구를 던진 뒤 하루 쉬고 등판은 무리였다. 미출전 선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뷰를 했는지 정우주는 “저는 동그라미(출전 선수)”라며 “오늘도 충분히 등판 가능하다. 고교 때 많이 던져서 이 정도는 괜찮다. 오늘 다 대기한다. 만약 나간다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나갈 것 같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비록 이날은 미출전 선수로 나서지 못하지만 한화가 승리해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정우주에게 또 등판 기회가 온다. 정우주는 “한국시리즈를 가고 싶은 마음이 원래도 컸지만 가을야구를 하면서 더 커졌다. 오늘 꼭 이겨서 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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