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투수 전문가, 수석코치는 감독 출신 메이저리그 사관학교장이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패에 이어 올해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이 유능한 지도자들과 함께 명가 재건에 나선다.
지난 23일 본지 단독 보도에 따르면 두산 베어스 김원형 신임 감독을 2026시즌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수석코치로 홍원기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선임됐다. 두산은 2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홍원기 수석코치와 손시헌 QC(퀄리티컨트롤) 코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정규시즌을 9위로 마감하며 큰 실패를 맛본 두산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인선 과정에서 ‘경험’에 포커스를 맞췄다. 2023년 지도자 경력이 없는 이승엽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파격을 택했다면 이번에는 두산 왕조를 재건할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물색했고, 그 결과 김원형-홍원기라는 상상도 못한 조합이 꾸려졌다.

김원형 감독은 2011년 SK 와이번스 플레잉코치로 출발해 올해까지 투수코치, 불펜코치, 수석코치, 연수코치, 국가대표팀 코치, 감독 등 무려 14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다. SSG 랜더스 감독 시절이었던 2022시즌 정규시즌 개막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으며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 코치 시절에는 투수 전문가로 불렸다. 2019년부터 2년간 메인 투수코치를 맡아 2019시즌 통합우승에 기여했는데 김 감독이 투수 파트를 책임진 두 시즌 동안 두산의 평균자책점은 3.91로 이 기간 10개 구단 중 1위였다. 2019년 이영하를 17승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을 20승 MVP로 성장시켰고, 보상선수로 합류한 이형범을 19세이브 마무리로 탈바꿈시켰다.
두산 관계자는 “김원형 감독님은 한국 최초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이다. 그리고 과거 우리 구단에서 투수코치를 맡아 선수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이력이 있다. 향후 팀이 우승 전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 우승을 이끈 지도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원형 감독과 함께 최종 면접까지 생존한 조성환 감독대행은 ‘경험’이라는 가치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홍원기 수석코치의 경우 두산이 김원형 감독 선임 전부터 공을 들인 인선이다. 지난 7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해임을 통보받은 홍 코치를 데려오기 위해 일찌감치 물밑 작업에 나섰고, 23일 오전 공식 계약을 완료했다.
홍 코치는 2008년 히어로즈 전력분석원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열었다. 이후 히어로즈 1군 주루코치(2009~2010), 수비코치(2011~2019), 수석코치(2020)를 거쳐 2021년 사령탑을 맡아 부임 2년째인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뒀다. 홍 코치는 능력을 인정받아 2023시즌에 앞서 3년 재계약했고, 7월 감독에서 물러났다. 홍 코치의 지도자 통산 기록은 667경기 293승 15무 359패 승률 .439다.
홍 코치는 히어로즈 시절 빅리거 사관학교장으로 불렸다. 강정호(은퇴),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모두 홍 코치가 히어로즈 코치와 감독으로 재임할 당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최근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를 보면 히어로즈 출신이 압도적인데 모두 홍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4년 동안 9위-5위-4위-9위에 오른 두산은 왕조의 종말 이후 찾아온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경험치를 쌓고 있다. 김원형 감독, 홍원기 코치의 경우 과거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해냈던 지도자로, 두 지도자의 예리한 안목과 풍부한 경험이 두산을 어떻게 바꿀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두산은 남은 코칭스태프 인선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원형 감독은 취임식에서 “1군 스태프는 70% 정도 완성됐다. 프런트와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코치를 영입해야할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같이 가야할 부분이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감독으로서 내 능력도 중요하지만 코치들 역할도 중요해서 유능한 코치들을 모셔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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