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만 갖고 이길 수 없다" 한화가 꼭 키워야 할 투수는 맞는데…거기서 왜, 데이터를 거스른 대가는 너무 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10.24 06: 41

데이터를 거스른 투수 교체였다. 선수를 키우기 위한 목적은 분명했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김서현(21)뿐만 아니라 황준서(20)까지 한화의 전체 1순위 영건들이 혹독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2일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회까지 4-0으로 앞서다 4-7 역전패를 당했다. 6~7회 김서현과 한승혁이 삼성 김영웅에게 연이어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시리즈 전적 2승1패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고, 쫓기는 분위기에서 5차전을 맞이한다.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은 김서현을 5차전에도 마무리로 쓰겠다고 밝힌 김경문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모든 포커스가 김서현에 쏠려있다. 하지만 4차전의 패배 과정을 복기하면 김서현에 앞에 나온 황준서가 발단이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김영웅의 대활약에 힘입어 플레이오프를 5차전으로 끌고 간다.삼성은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스진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이날 김영웅이 동점 스리런 홈런과 역전 스리런 홈런을 연달아 뽑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를 마치고 한화 김서현과 황준서가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25.10.22 / dreamer@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 2025.10.18 / jpnews@osen.co.kr

황준서는 4-0으로 앞선 6회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4구째 직구를 공략당해 우중간 3루타를 맞은 황준서는 김성윤에게 5구 만에 볼넷을 주며 무사 1,3루로 주자를 쌓았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교체는 없었다. 구자욱을 상대로 4구째 직구를 던져 좌측 뜬공을 유도했지만 먹힌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가 됐다. 좌익수 문현빈의 타구 판단 미스가 있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2피안타 1볼넷 강판. 김서현이 주자 있는 상황에 나오며 더 큰 압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황준서를 그 상황에 쓴 것이 패착이었다. 황준서는 전형적인 ‘역스플릿’ 투수로 좌완이지만 좌타자에게 약하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2리(12타수 25안타) 2피홈런 피OPS .622로 강했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3할3푼(88타수 29안타) 5피홈런 피OPS 1.008로 공략을 당했다. 포크볼이 좋지만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아 좌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부족하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삼성은 원태인, 방문팀 한화는 정우주를 선발로 내세웠다.6회말 한화 황준서가 역투를 하고 있다. 2025.10.22 /cej@osen.co.kr
올해 주로 선발로 던진 황준서는 9월 중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정우주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황준서를 불펜으로 뺀 김경문 감독은 “왼쪽 스페셜리스트가 2명(김범수·조동욱) 있지만 한 명 더하려 한다”고 말했다. 가을야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LG, 삼성에 좌타자가 많은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였다.
시즌 마지막 6경기를 5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황준서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들었다.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던 지난 19일 플레이오프 2차전은 6회에 구원 등판,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성윤, 구자욱을 2루 땅볼 처리한 뒤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줬지만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 잡았다. 
1-5로 뒤진 시점이었지만 좌타자 상대로 좋은 투구를 했다. 4차전에도 황준서를 못 쓸 이유는 없었다. 이기는 상황이라서 다르긴 했지만 4점차로 비교적 넉넉한 차이였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가 불펜 대기하고 있었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아끼는 게 좋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아직 플레이오프는 끝나지 않았다고 외쳤다. 김영웅의 미친 대활약에 힘입어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간다.삼성은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스진 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5차전은 오는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다. 이날 김영웅이 동점 스리런 홈런과 역전 스리런 홈런을 연달아 뽑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영웅은 이날 6타점을 더하면서 2017년 두산 오재일과 함께 단일 플레이오프 최다 타점(12타점) 타이를 이뤘다.한화 김서현, 정우주, 황준서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5.10.22 /cej@osen.co.kr
그러나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3루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쌓아 투수 교체 타이밍이 됐으나 김경문 감독은 황준서를 한 번 더 믿고 갔다. 결과적으로 1점을 주며 부담스러운 상황이 김서현으로 넘어갔다. 홈런이 잘 나오는 ‘라팍’에서 홈런 한 방 위험 부담이 컸고, 현실로 나타났다. 김서현은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를 뿌렸지만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고, 연속 볼넷으로 제구도 흔들리며 치명상을 입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오늘 경기 결과는 감독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문동주로 2경기 이겼지만 야구가 문동주만 갖고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1차전 2이닝 무실점, 3차전 4이닝 무실점으로 불펜에서 강력한 위력을 떨친 문동주의 활약으로 2승을 따냈지만 혼자 계속 던질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은 나머지 투수들의 성장도 이끌어내고자 했고, 김서현과 황준서에게 큰 경기 경험을 계속 주고 있다. 한화가 꼭 살리고 키워야 할 투수들임에 분명하다. 
두 투수가 만약 잘 막고 이겼다면 한국시리즈에도 더 큰 자신감을 갖고 올라갈 수 있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노렸지만 지금은 업셋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과정과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운 곳이 프로 세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앞두고도 젊은 영건들을 믿고 밀어붙인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추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3차전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경문 감독이 삼성 5-4로 승리한 후 문동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5.10.21 / foto0307@osen.co.kr
한화 김서현. 2025.10.18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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