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부활했나.
한화 이글스 강속구 투수 문동주(22)가 가을야구에서 국보이자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급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5 플레이오프 3차전에 6회 구원 등판, 4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5-4 승리를 이끌었다
노시환의 역전 투런홈런을 앞세워 5-4로 리드를 잡은 가운데 6회 무사 1루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해 아웃카운트 3개를 가볍게 삭제했다. 7회 2사 2,3루 위기를 불렀으나 홈런왕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8회 1사 2루에서도 연속삼진으로 실점을 막았고 9회도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한 점 차를 지켰다.

4이닝 세이브가 아닌 승리투수였다. 이미 지난 18일 대전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7회 구원에 나서 최고 161.6km 강속구로 윽박지르며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성의 추격의지를 잠재우며 한화의 9-8 역전승의 일등공신이었다. 1차전과 3차전 승리의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선동열은 해태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왕조를 이끌었다. 통산 방어율 1.20에서 그 포스를 느낄 수 있다.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1시즌 가운데 7번이나 방어율왕에 올랐다. 국보투수라는 칭호가 괜한 것은 아니었다. 1986년 선발과 롱마무리로 262⅔이닝을 던지며 24승6세이브, 방어율 0.99라는 만화같은 성적을 냈다.
1986년부터 해태 4연패를 이끌었고 1991년 6번째 우승의 주역이었다. 1992년 어깨부상으로 휴식기를 가진 이후 전문 마무리로 변신했다. 그냥 마무리가 아니었다. 4이닝 세이브도 마다않는 롱마무리였다. 1993년 49경기에 등판해 10승31세이브3패를 기록했다. 규정이닝(126⅓이닝)을 넘기며 방어율 1위(0.78)라는 엽기적 성적도 냈다.

1993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차전에서 4-1로 앞선 8회 마무리로 나서 2이닝 무실점 쾌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3차전에서는 3회도중 선발 문희수를 구원해 7⅓이닝 1실점 투구를 했다. 경기는 2-2 무승부였다. 이어 2승1무2패로 팽팽한 6차전에서 2-2로 팽팽한 6회부터 등장해 4이닝 무실점의 위력을 떨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백미는 바로 다음날 펼쳐진 7차전이었다. 3-0으로 앞선 6회 등판해 또 4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우승을 이끌었다. 4경기에 등판해 17⅓이닝을 던지며 2승1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MVP도 무방한 성적이었으나 불방망이와 도루로 그라운드를 지배한 신인이자 야구천재 이종범의 차지였다. 그때 만큼의 혹사는 아니지만 32년만에 문동주에게서 선동열의 향기가 나고 있는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