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년차 좌완 투수 유망주 황준서(20)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SSG 랜더스가 올라오길 바랐다.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정규시즌 때 워낙 약했기 때문이었다.
황준서는 올 시즌 삼성전 3경기 모두 선발 등판했지만 패전을 안았다. 지난 7월29일 대전 경기 2⅔이닝 3실점, 8월29일 대전 경기 2이닝 5실점, 9월7일 대구 경기 3이닝 2실점으로 모두 조기 강판되며 삼성전 평균자책점 11.74로 무척 약했다.
하지만 황준서의 바람과 달리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SSG를 3승1패로 꺾고 올라왔다. 지난 18일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삼성은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를 무너뜨리며 장단 11안타 8득점으로 무서운 화력을 뿜어냈다.

1차전에는 불펜에서 삼성 타선을 지켜봤던 황준서는 19일 열린 2차전에 등판 기회를 잡았다. 2차전에도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4이닝 5실점으로 삼성 타선 화력을 견디지 못한 채 경기 흐름을 내줬지만 6회 등판한 황준서는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노히터로 잘 막았다.
1-5로 뒤진 상황이긴 했지만 플레이오프 중요성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었다. 2번부터 시작되는 상위 타선이라 황준서의 역할이 중요했다. 2~3번 김성윤과 구자욱을 연이어 2루 땅볼 처리한 황준서는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타격감 좋은 김영웅을 삼진 잡고 이닝을 끝냈다. 시속 146km 하이 패스트볼로 김영웅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한화는 2차전을 3-7로 패했지만 불펜투수들이 대체로 호투했고, 황준서도 가을야구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삼성 공포증’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황준서는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플레이오프 3차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2차전 투구에 대해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팔 상태도 너무 좋아서 공이 잘 갔던 것 같다. 삼성 상대로 시즌 때는 안 좋았지만 시즌과 단기전은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록이 안 좋았던 것에 신경쓰지 않고 한 타자, 하나 타자 집중해서 던진 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삼성이 올라올까 걱정한 건 사실. 황준서는 “개인적으로 SSG가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며 웃은 뒤 “가을야구를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고, 이제는 막 점수를 줄 것 같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올 가을 타격감이 뜨거운 김영웅 상대로 삼진을 잡은 것도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요소. 황준서는 “(이)재원 선배님 리드만 믿고 던졌다. 제 생각하고 너무 잘 맞았고, 재원 선배님께 감사드린다”며 “(선발로) 긴 이닝을 던져봤기 때문에 이닝을 더 많이 던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4차전에 불펜 데이가 유력한 한화라 황준서의 멀티 이닝 투구가 필요할 수 있다.
첫 가을야구의 묘미도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 황준서는 “저나 (정)우주, (조)동욱이는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라 경기 나가기 전부터 긴장한 게 얼굴에 다 보였다. 표정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며 “한국시리즈에 무조건 가고 싶다. 우주나 동욱이랑 얘기할 때도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이겨서 분위기를 가져와 4차전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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