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31)에겐 한국의 비가 정말 지긋지긋할 것 같다. 정규시즌 때 선발투수로 예고됐으나 우천 취소된 경우가 7번이나 있었는데 가을야구 첫 등판도 비로 하루 미뤄졌다. 다행히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아 다음날 등판은 지장이 없다.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이 우천 취소됐다. PO 통산 8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23번째 우천 취소. 1차전은 18일 오후 2시 낮 경기로 넘어갔다. 2차전도 하루씩 밀려 대전에서 PO 2경기 모두 낮 경기로 치러지게 됐다.
홈팀 한화가 훈련할 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오후 4시를 넘어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렸다. 오후 5시를 지나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고, 밤 9시에 있었던 비 예보가 앞당겨졌다. 한화 구장 관리팀이 빠르게 대형 방수포를 깔았지만 비가 그치지 않았다. 비 예보도 18일 새벽까지 계속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고, 결국 오후 6시30분 예정된 경기 개시를 앞두고 취소 결정이 났다.



경기 전 폰세는 점퍼 차림으로 비 내리는 그라운드를 밟아보며 상태를 살폈다. 가방과 수건을 챙겨 외야 불펜으로 이동한 뒤 몸을 풀었다. 외야를 걸으면서 몸을 조금씩 달궜지만 불펜 피칭은 하지 않았다. 불펜 앞쪽에 우두커니 서서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 지켜보던 폰세는 우천 취소 결정이 난 뒤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렸다. 따로 불펜 피칭을 하진 않았고, 하루 미뤄진 18일 선발 등판한다.
폰세에겐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하다. 정규시즌에도 폰세는 선발로 예고된 날 우천 취소가 무려 7번이나 있었다. 지난 5월16일 대전 SSG전, 6월20~21일 대전 키움전, 7월17일 수원 KT전, 9월12일 대전 키움전, 19일 수원 KT전, 28일 대전 LG전이 우천 취소됐다. 6월에는 이틀 연속 우천 취소됐고, 가을 장마가 기승을 부린 9월에만 3차례 우천 취소돼 등판 루틴 지키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폰세의 우천 취소 다음날 등판은 5경기 있었다. 5월17일 SSG전 더블헤더 1차전에선 8이닝 2피안타 1볼넷 1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대 한 경기 탈삼진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6월22일 키움전(5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2실점 무자책), 7월18일 KT전(6이닝 2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무실점), 9월13일 키움전(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까지 4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25⅔이닝 46탈삼진 평균자책점 0.00으로 위력을 떨쳤다. 루틴이 깨졌을 법도 한데 하루 더 쉰 효과인지 좋은 투구를 했다.
그러나 9월20일 KT전에선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4실점 패전을 안으며 개막 후 개인 최다 17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첫 패를 당하며 무패 다승왕 꿈도 깨졌다. 비록 유일한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우천 취소 다음날 등판시 성적은 5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1.17로 시즌 평균자책점(1.89)보다 좋다. 우천 변수가 폰세에겐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화로선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 폰세가 우천 취소 다음날 등판을 거른 것은 딱 한 번으로 지난달 28일 LG전 다음날에 등판하지 않았다. 당시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는 비 때문에 그라운드 정비를 거쳐 3시에 지연 개시하기로 했다. 그 사이 폰세도 불펜 피칭을 하며 등판 전 준비를 마쳤지만 오락가락하던 비가 다시 내리는 바람에 취소 결정이 났다. 어깨를 예열한 상태라 다음날 LG전 등판은 불발됐고, 3일 뒤 10월1일 문학 SSG전으로 일정을 미룬 바 있다. 그때 경험으로 이날 폰세는 불펜 피칭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봤고, 등판이 미뤄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