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상만 아니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야구를 이끄는 여러 황금세대들이 있다. 이제 고참 축에 속하는 황금세대는 1990년에 출생한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박건우(NC) 정수빈(두산) 안치홍(한화) 오지환(LG) 김재윤(삼성) 등이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로 성장했다. 이들은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18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우승을 이끌기도 하며 KBO의 황금세대로 떠올랐다.
이제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팀에서도 최고참 축에 속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FA 시장에서도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KT 위즈는 1990년생 재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내야수 김상수와 4년 29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허경민과 4년 3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허경민은 2020시즌이 끝나고 두산과 4+3년 최대 85억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4년 보장 65억원 계약이 끝나고 3년 20억원 계약을 뒤로한 채 옵트아웃을 선언했고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렇게 김상수와 허경민은 2008년 청소년대표팀 이후 약 17년 만에 한 팀에서 뭉쳤다. 김상수는 허경민과 재회가 너무 기뻤다. 지난해 11월 허경민이 계약 당시 KT 위즈파크를 찾아왔을 때 두산 시절 허경민의 응원가를 부르며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한 장면이 KT 위즈 유튜브 채널에 담기기도 했다.그리고 현재 김상수와 허경민은 KT 타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상수는 지난 28일 사직 롯데전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회 1사 1루에서 선제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결승타를 포함해 김상수는 개막 이후 6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는 등 타율 4할(20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OPS 1.128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상수는 “투수전의 균형을 깨고 승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최근 매 경기 접전이어서 피곤함이 없지 않은데, 그래도 다행히 지지 않고 이기니까 피곤함도 덜하다”며 “KT에서 3시즌 째인데 매년 초반이 너무 안 좋았는데 올해는 또 이렇게 이기다 보니까 잘 준비한 시즌이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허경민 역시 6경기 타율 3할7푼(27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OPS .851로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적 첫 시즌 후유증 없이 순탄하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두 선수의 시너지가 극대화 되면서 팀도 4승2패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허경민과의 재회는 김상수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알았던 친구랑 같은 팀에서 뛴다는 게 너무 좋다”라면서도 “솔직히 경민이가 와서 저도 동기부여가 된다. 서로 서로 잘해서 KT를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 수비나 타격 체형 등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물어보고 있다. 나도 경민이를 보고 배우고 있다”고 웃었다.

허경민과 다시 뭉친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1990년생 친구들이 다 함께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도 뿌듯하다. 여전히 자신들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김상수는 “함께 잘했던 친구들 (안)치홍이나 (오)지환이 등 모두 다 잘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다. 다 같이 다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올해하고 또 내년은 다르겠지만 큰 부상만 아니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