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미아 위기에서 간신히 탈출해, 직전 연도 연봉보다 깎인 단년 계약을 맺어야 했던 게 불과 2년 전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고 팀 내 재계약 대상 선수들 가운데 최고 연봉자가 됐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36)은 ‘야구도사’가 되어 대반전을 이룩했다.
NC는 지난 23일 2025시즌 연봉 재계약 대상자 68명과 재계약을 마쳤다. FA와 비FA 다년계약 선수들, 외국인 선수와 신인들을 제외하고 팀 내 최고 연봉자는 권희동이 됐다. 권희동은 지난해 1억5000만원에서 7500만원 인상된 2억2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권희동은 지난해 123경기 출장해 타율 3할(416타수 125안타) 13홈런 77타점 66득점 OPS .869, 77볼넷, 63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커리어 첫 3할 타율을 찍었고 OPS도 커리어 하이를 만들었다. 득점권 타율 3할9푼1리로 기회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고 8번의 결승타로 맷 데이비슨(9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결승타점을 기록했다.
권희동의 생산력은 선구안과 출루 능력이 바탕이다. 77볼넷/63삼진, 볼넷/삼진 비율이 1.22개로 리그 전체 5위를 마크했다. 출루율도 4할1푼7리로 5위였다. 리그 ‘톱5’의 출루 능력을 갖춘 선수다.
또한 정확한 송구로 10개 구단 외야수 가운데 최다인 11개의 보살을 기록했다. 강견도 아니고 빠른 발을 갖추고 있지도 않지만 빠른 타구 판단과 위치 선정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테이블세터, 중심타선, 하위타선 등 타순 어느 위치에 놔둬도 제 몫을 해주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모든 능력이 고루 발달했다는 의미로 팬들 사이에서는 ‘육각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권희동은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 보다는 제가 해오던 야구가 조금 늘었다고 해야할 것 같다. 경험까지 쌓이면서 시너지가 나왔다. 그러면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 대상자 선수들 가운에 연봉 1위에 올랐다. 2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2022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권희동이었다. 2022시즌 82경기 타율 2할2푼7리(238타수 54안타) 5홈런 22타점 33득점 OPS .654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21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서 KBO 72경기, 구단 25경기 등 총 9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여파가 2022년까지 이어졌다.FA 권리를 행사했지만 당시 B등급으로 보상 제약이 있었다. 성적도 썩 좋지 않았기에 냉담한 시장 반응과 마주했다. 사인 앤 트레이드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던 2월 27일 권희동은 NC가 내민 1년 총액 1억2500만원(연봉 9000만원, 인센티브 3500만원)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권희동의 연봉 9000만원은 직전 시즌 1억1000만원에서 되려 삭감된 액수였다. FA 계약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그러나 권희동은 2년 만에 ‘야구도사’가 되어 대반전의 시즌을 완성했다.
2년 전 FA 미아 위기까지 놓였던 아픔에 대해서 권희동은 “2년 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나지 않았다. 그런 것을 굳이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라며 “지금 NC 다이노스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뛰고 있으니까 현 위치에서 제가 놓인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개인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음에도 지난해는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NC는 기나 긴 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또 반복됐다. 2018년 최하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인 9위에 그쳤다. 베테랑으로서 권희동도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내 연봉보다는 일단 팀이 다시 가을야구로 가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라면서 “지난해는 사실 참담했다. 이기고 있어도 계속 경기가 뒤집히다 보니까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연패를 끊기 위해 똘똘 뭉쳤다고 하지만 팀이 지면 밖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안 보였다. 힘들었다. 고참으로서 (박)민우를 도와서 (박)세혁이 형이나 저나 고참으로서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라고 되돌아 봤다.
그러면서 “엇박자가 계속 났다. 선수들이 좋을 때는 다 같이 좋았는데 못할 때는 한 번에 다 같이 떨어졌다. 투수들이 힘들면 타자가 해줘야 하고 타자들이 힘들어 하면 투수들이 해줘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엇박자가 났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원 김형준 김휘집 서호철 등 젊은 선수들을 향해서 베테랑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어린 선수들이 후반기에 더 잘하는 모습을 보고 올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친구들한테 고맙다”라면서도 “하지만 작년의 안타까운 마음도 알았으면 좋겠고 성적이 하위권에 있다 보니까 상대 팀들이 만만하게 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자존심 상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잘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2013년 NC의 창단 첫 1군 진입 시즌부터 함께한 권희동. 권희동은 베테랑이자 재계약 대상자 최고 연봉자로서 다시 한 번 팀을 이끄는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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