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주장을 맡았던 양석환(34)이 후배 김대한(25)의 스프링캠프 선발대 합류를 자비로 지원한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는 24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하는 두산은 지난 19일 선발대 6명이 먼저 시드니로 향했다. 새 주장 양의지를 비롯해 양석환, 정수빈, 이영하, 김대한, 이병헌 등이 20일 시드니에 도착, 스프링캠프가 펼쳐지는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먼저 몸을 만들고 있다.
선발대의 경우 항공편은 구단 지원을 받지만, 본진이 시드니에 도착하는 25일까지 체류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5박6일 동안 숙박, 식비 등을 자비로 해결한다. 이에 고액 연봉을 받는 주전급 선수들이 주로 선발대 편성을 요청하며, 두산 또한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양의지, 양석환, 정수빈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연봉 3700만 원을 받은 김대한은 구단 내 저연봉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비활동기간 자비를 들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강정호 아카데미에 다녀오며 자비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했다. 김대한은 스프링캠프 또한 선발대로 출국해 남들보다 먼저 몸을 만들고 싶었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 고민을 거듭했다. 5박6일의 짧은 기간일지라도 호주 대표 도시인 시드니 물가를 감안했을 때 선발대 출국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그 때 김대한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선배가 있었으니 지난해 두산 주장을 맡은 양석환이었다.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김대한은 “미국에서 훈련했던 걸 빨리 따뜻한 곳으로 가서 이어서 하고 싶었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양)석환이 형이 자비로 도와주신다고 해서 덕분에 감사하게 선발대로 가게 됐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양석환은 어떤 마음으로 김대한의 체류비 지원을 결정한 것일까. 두산 공식 채널 ‘베어스티비’에 따르면 양석환은 “선발대 이야기가 나와서 (김대한에게) 왜 안가냐고 물었더니 미국 갈 때 비용을 많이 써서 가고 싶은데 못 간다고 하더라”라며 “형들이 어느 정도 해줄 테니까 가자고 했다. 솔직히 그냥 요 하나 깔고 숟가락 하나 놓으면 되는 것이다”라고 남다른 후배 사랑을 뽐냈다.
한편 2019년 두산 1차지명 이후 팀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한 김대한은 오프시즌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교육리그, 마무리캠프 참가에 이어 자비를 들여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에게 SOS를 요청했고, 파워를 기르기 위해 하루 5끼를 섭취하며 체중을 7kg 늘렸다. 등번호 또한 새 출발을 다짐하며 기존 37번에서 LG 트윈스로 떠난 김강률이 사용하던 27번으로 바꿨다.
김대한은 “처음부터 다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 유니폼도 바뀌었고, 나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걸 배웠다.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해보기 위해 등번호를 바꿨”라며 “새로운 변화를 준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부상 없이 전보다 나은 시즌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팬들이 그동안 많이 실망하셨겠지만, 한 번만 더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는 100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다”라고 비상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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