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은 모교인 경북고등학교(교장 류시태)에서 개인 훈련과 재능 기부를 하는 등 분주한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원태인은 "후배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며 "추운 날씨 속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6일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나선 원태인은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일찍 내려왔다.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이 손상돼 4~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잔여 경기는 물론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도 불발됐다.
현재 상태는 좋은 편. 원태인은 지난 16일부터 캐치볼을 다시 시작했다.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SNS에 눈싸움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눈내리는 날 전력을 다해 눈을 던지며 어깨 상태가 완전히 회복했다는 걸 증명한 것. 이에 원태인은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웃어 보였다.
원태인은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곽빈(두산 베어스)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와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3.66) 1위를 차지했다. 전 KIA 타이거즈 투수 윤석민이 "중학교 경기를 해도 홈런이 나올 것"이라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면서 이같은 성적을 냈기에 더욱 빛난다.
"진짜 자부심을 느낀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투수 입장에서 백번 불리한 건 사실"이라는 원태인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계속 쓰다 보면 적응될 줄 알았는데 아직 적응이 안 될 때도 있다. 타 구장이면 안타 또는 2루타가 될 타구가 홈런이 되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제가 2~3점을 내주더라도 따라갈 수 있다고 보는데 개인 성적으로 보면 득보다 실이 더 많긴 하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쓰면서 최소 실점으로 버티며 다승왕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작년에는 실보다 득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다승 공동 1위보다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가 더 가치 있다고 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면서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를) 했다는 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에 더 집중했다. 국내 투수로 나누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제겐 의미 있는 성적"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 앞에 '다승왕 출신'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원태인은 "처음 타이틀을 획득하다 보니 근사한 수식어가 생겨 기분 좋다. 욕심을 안 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는 욕심이 나더라.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은 거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수 강민호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한 원태인을 두고 “어린 나이에도 하고 싶은 걸 참고 야구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과연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야구에 대한 몰입도가 엄청 뛰어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저는 솔직히 도우미 역할을 했을 뿐인데 태인이 스스로 잘해서 15승을 달성했다고 본다. 올 겨울 운동하는 걸 보니까 앞으로도 이 정도 성적은 꾸준하게 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한 번 벽을 깨고 나니 스스로 자신감과 자부심이 많이 생겼다. 솔직히 더 욕심내기보다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며 "최소한의 목표를 잡고 시즌에 들어가기 때문에 스스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준치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로 우뚝 선 그는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천천히 몸을 만들 계획이다. 원태인은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 저를 믿어주시고 존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소화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태인이 정한 최소 목표는 10승 달성과 150이닝 소화다. "지난해 15승을 목표로 잡았는데 달성하게 돼 기쁘다. 올해도 15승 이상 거두고 싶지만 일단 최소 목표는 10승과 150이닝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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