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코리아가 침체 국면인 KPGA(한국프로골프) 투어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정규 투어 창설대회인 ‘2024 렉서스 마스터즈(2024 LEXUS MASTERS)’를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투어에 ‘열정과 환호’를 불어넣었다.
대회는 경남 양산의 에이원CC에서 열렸다. 지난 6월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가 열린 장소다. ‘KPGA 선수권’이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KPGA 투어 ‘베스트 토너먼트 코스’로 공인된 곳이다.
콘야마 마나부 렉서스코리아 사장의 말처럼 “갤러리들의 열렬한 환호와 선수들의 열정적인 플레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대회”를 열기에 최적인 장소다.
‘갤러리들의 열렬한 환호’는 17번홀에서 들렸다. PGA 투어나 LPGA 투어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뜨거운 응원 무대’가 17번홀에 마련됐다. 골프는 ‘조용한 응원’ 문화가 일상이지만 최근 들어 특정 홀을 지정해 축제 무대로 꾸미는 이벤트가 시도되고 있다.
KPGA 투어에서는 처음 도입된 ‘환호 무대’는 파3 17번홀을 교감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선수와 갤러리는 물론이고 주최사인 렉서스코리아까지 삼각 연대가 이뤄지고 있었다.
17번홀에 나서는 선수는 17번 그린을 둘러싼 응원 무대에서 들려오는 선수 소개를 듣고 티잉그라운드에 오른다. 티샷이 끝나고 그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선수와 갤러리가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다.
마스터즈 라운지(Masters Lounge)로 이름 붙여진 17번 그린 주변 특설관람석은 대회 내내 흥을 돋우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할 수 있다.
선수들이 티샷을 할 때나 퍼트를 할 때는 잔잔한 음악으로 바뀐다. 굳이 음악을 바꾸지 않더라도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샷을 할 때 숨을 죽이는 정도의 매너는 기본으로 보여준다.
주최사인 렉서스코리아도 이 홀에 큰 선물을 내걸었다.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 ES 300h가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에게 줄 부상으로 등장했다. 차량 가격이 6,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17번홀 홀인원의 주인공은 탄생하지 않았다.
17번 그린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마스터즈 라운지를 지나가며 갤러리들에게 골프공을 선물하거나 사인 공세도 펼친다.
‘환호 무대’를 처음 경험한 선수들과 갤러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정도의 스킨십을 감당할 만큼 갤러리 문화가 성숙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렉서스코리아가 KLPGA 투어가 아닌 KPGA 투어에 대회를 신설한 배경도 궁금해진다.
콘야마 사장은 “렉서스코리아가 KPGA와 KPGA 투어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KPGA 투어일까?
‘2024 렉서스 마스터즈’는 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2억 원 규모로 치러졌다. 대회 운영비용을 더하면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행사다. 이왕이면 갤러리도 많고, 시청자수도 많은 KLPGA 대회를 후원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당장의 흥행 보다는 ‘더 간절한 곳’을 택했다.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지원이 더 절실한 곳을 선택해 대회를 만들었다.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사회공헌활동 철학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중에 ‘사랑의 김장나눔’이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활동은 겨울에 잠깐 김장김치를 담가 불우한 이웃에 나눠주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사랑의 김장나눔’에 들어가는 배추는 ‘토요타 주말농부’라는 연간 프로그램에서 공급됐다. 토요타가 마련한 주말농장에서 직접 가꾼 배추가 사랑의 김장으로 완결되는 구조다. ‘사랑의 김장나눔’은 주말농장이 열리는 봄부터 시작된 셈이다.
‘사랑의 김장나눔’은 최근 규모가 커지면서 형태를 바꿨다. 더 많은 이웃에게 기부하기 위해 전국의 '토요타 및 렉서스'의 딜러사가 전국 11개소 복지관과 함께 직접 김치를 담가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배추로 이웃에게 김장을 나눠주는’ 형식은 아니지만, 사랑을 가득 담은 김장 나눔이라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공헌활동을 바라보는 토요타/렉서스의 장기적인 시선은 ‘렉서스 마스터즈’의 우승 트로피에서도 담겨 있다.
우승 트로피의 테마는 ‘골프 코스에 피어난 아름다운 들꽃 한 송이’다. 또 다른 사회공헌활동인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3’의 최종 수상자인 금속공예가 신혜정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트로피에는 골프공을 닮은 들꽃송이들이 고귀한 생명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창설대회 초대 챔피언이 된 이승택의 사연도 각별하다. 이승택은 2014년부터 KPGA 투어에서 뛰었지만 10년 간 우승이 없었다. 시원시원한 장타력을 뽐내며 ‘불곰’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승택이지만 유달리 우승과는 인연이 간절했다.
그런 이승택이 마침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인연이 닿았다. “10년만에 생애 첫 우승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렉서스 마스터즈 주최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는 물기 어린 우승 소감을 남겼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