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이 세계 스포츠사에 길이 빛날 대기록을 썼다. 1988년부터 시작된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일궜다.
시상식의 주인공은 물론 가장 높은 단상에 오른 한국의 여궁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주인공은 세계 챔피언이 된 여궁사들에게 기념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었다. 아시아 양궁연맹 회장 자격으로 시상식에 나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대한양궁협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과 동행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값진 결실을 따내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은 1988년 서울대회 이후 파리대회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여자 양궁팀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는 28일 열린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나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진리를 전 세계인의 가슴에 새겼다.
'자기 혁신'은 선수들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협회까지 자기 혁신을 반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 배경에 현대차그룹이 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결같이 대한민국 양궁의 곁에 서 있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40년은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이다.
현대차그룹은 파리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훈련을 돕기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을 개발해 지원하고, 파리 현지에 양궁대표팀만을 위한 훈련장도 확보했다.
▲파리 현지로 옮긴 전용 훈련장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이번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훈련 장비 기술지원부터 축구장 소음훈련을 비롯한 특별 훈련들, 파리 현지에서의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고 실현됐다.
파리에서는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후원했다.
우선 파리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다.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수행했다. 파리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그대로 모의대회를 치렀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의 일대일 대결은 상상을 초월했다. 선수가 점수로 로봇을 이길 수는 없었다. 대신 선수들은 한계에 도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했다. 6월 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앞에서 약 40분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도 실시했다. 앵발리드 경기장이 파리의 센강에 인접해 있어 강바람이라는 변수를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착안했다.
파리 전용 연습장은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마련했다.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진 곳으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7월 16일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시차도 한결 여유있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번 파리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선 경기 후 본선 경기까지 2일의 공백기간이 발생했는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이 시기에도 전용 훈련장에서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전용훈련장과는 별도로 경기장에서 약 300미터 거리에 선수단 휴게 공간을 마련해 경기와 연습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실뿐 아니라 의무치료실, 라운지를 갖춰 편히 쉬며 샤워, 물리치료는 물론 맞춤형 식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식사는 한식을 비롯해 소화가 잘 되고 체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준비됐다. 대한체육회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베테랑 영양사가 양궁선수들을 위해 구성한 식단을 토대로 프랑스 내 한식 케이터링 업체를 선정해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었다.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인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하도록 했다. 선수들은 한국에서 훈련할 때부터 이들 전문가들로부터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할 때 호흡 및 명상으로 긴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훈련과 함께 심리적인 고충에 대한 상담도 받았다. 덕분에 선수들은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중압감을 견디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도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하는데 한 몫했다.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 등이 현대차그룹의 R&D 기술로 탄생한 비밀 병기들이다.
또한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에서 선수단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1985년부터 시작된 40년 일편단심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으며,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양궁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 아래 한국 양궁은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 양궁의 스포츠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한국 양궁의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의 성과를 거두며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지원은 확실하게 하지만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둘째, 협회운영에 관여는 하지 않지만 투명성과 공정성만은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두가지 원칙은 한국 양궁이 세계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다.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이 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성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고, 코칭스태프도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지난 도쿄대회와 항저우 대회의 경우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다시 열어 선수를 뽑았다. 전년도에 선발된 선수들이 있었지만, 경쟁 선발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다시 따랐다. 대회가 열리는 해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만이 대표팀이 될 수 있었다. 이번 파리대회 국가대표도 치열한 선발전을 거쳐 종전 금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전훈영, 남수현 선수가 선발됐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한양궁협회는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체계화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하고, 생활체육대회 및 동호인 대회 창설, 메달리스트와 함께 찾아가는 양궁교실을 여는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궁 대중화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는 학교 체육 수업에 양궁을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양궁을 생활 스포츠로서 친숙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2022년부터 일부 지역 중학교를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이나 체육 수업에서 양궁을 가르치는 등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