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근대서지학회(회장 오영식) 산하 근대서지연구소가 펴내는 반년간 잡지 『근대서지』가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한국잡지협회 선정 ‘2024 우수콘텐츠 잡지’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 잡지는 그와 아울러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후보지’로서 ‘등재지’를 지향하는 한편, 그 노력을 인정받아 신생소외분야 학회지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수집가와 연구자의 가교(架橋)를 자임해온’ 『근대서지』는 지난 2010년 3월에 창간호를 낸 이후 15년 세월 동안 단 한호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알찬 내용으로 꾸며 연구자들의 자료 보고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근대서지』는 발간할 때마다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봐야 할, ‘낯선 자료’나 풍문으로만 떠돌던 희귀자료를 용케도 찾아내 연구자들(학자들)을 연결해 ‘충실한 해석’을 이끌었고, 학계 오류도 바로잡아왔다.
그동안 ‘자료 발굴, 보존, 해석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잡지’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 온 『근대서지』가 최근 29호(2024년 상반기 호)를 펴냈다. 이번 호는 지난 5월 31일에 근대서지학회가 국립중앙도서관 등과 손을 맞잡고 열었던 학술대회 ‘한국 근대문헌 장정의 문화사’에서 발표된 글들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근대서지』 29호는 우리나라 잡지 가운데 표지 화가(안중식)를 밝힌 최초의 잡지인 『아이들 보이』를 앞표지 그림으로 삼았다. 이번 『근대서지』 29호에 실린 글 가운데 특히 고서 수집가나 호사가들 사이에서 떠돌던 옛 책의 가격을 정리한 ‘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살펴본 근대서지의 가치- ⓵시집’이 단연 눈길을 끈다.
앞으로 소설집 등 연재로 이어질 ‘문학 서적의 가치’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이나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백석 시집 『사슴』, .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루』 등 근년 들어 경매 시장에서 억대를 뛰어넘은 문학책들의 평가와 연계, 비상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은 “수집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헌책(古書)’ 시장에 대한 (근대서지의) 배려가 전무했다”면서 “고서의 가격· 가치에 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나 ‘책값’ 이야기에 그치지 말고, 헌책방 이야기, 경매 이야기, 수집가들의 이야기, 박물관· 문학관· 도서관 이야기 등으로” 현장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살펴본 근대서지의 가치- ⓵시집’ 편은 “책값을 ‘정가’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正價’가 아니고 ‘定價’이다. 특히 중고서적은 ‘正價’란 존재할 수 없고 ‘주인 양반’이 부르는 ‘定價’만 존재한다”고 전제, “낙찰 가격에 대해서 지나치게 절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정가(定價)’의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랐다.
이 글에는 한국현대시 100년 역사에서 ’시집 베스트10‘으로 꼽을 수 있는 『진달래꽃』, 『님의 침묵』, 『사슴』 등 유명 시집을 비롯해 1920, 30년대와 해방 후 시집 『아사녀』(신동엽)와 『농무님』(신경림)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거래 가격을 총정리해놓았다.
이번 『근대서지』 29호에는 희귀잡지로 존재 자체가 희미했던 가정잡지 『신계(晨鷄)』와 의학잡지 『유전(遺傳)』 창간호 등도 소개했다.
『신계(晨鷄)』는 1921년 일제강점기 근대 상업도시였던 충남 강경 지역에서 만들어진 여성잡지. 이 잡지 창간호를 풀이한 허윤 부경대 국문과 교수는 “경성 중심의 여성 담론이 아니라 지역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의학잡지 『유전(遺傳)』 은 150년 3월 30일 대한유전학회 기관지로 발행된 것이다. 정용서 연세대 의대 동은의학박물관 학예실장에 따르면 “대한유전학회는 1949년 4월 30일 세브란스 의과대학에서 창립총회를 열었고, 유전에 관한 일체의 연구를 장려하고, 그 지식을 보급 시키는 것”이었는데 “유전학의 학문적인 것과 실제의 문제를 발표하며 또한 외국 유전학계 소식 및 그 학문의 동향을 소개”하려는 것을 발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제공=근대서지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