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장정(裝幀. 북디자인)은 책의 얼굴을 치장하는 것과 같다. 그 얼굴의 단장에 따라 책의 인상(이미지)이 좌우된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가졌어도 책(冊)은 책으로서의 ‘허울’과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유명 편집자이자 삽화가인 최영수의 글 ‘장정과 제본’에서)는 주장이나, “장정이란 말할 것도 없이 표지의 미술적 의장(意匠)을 말한다”(소설가, 아동문학가였던 이주홍의 글 ‘장정여화(裝幀餘話)’에서 따옴)는 정의가 책 장정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여태껏 장정 관련 책은 여러 권 나왔으나 우리나라 근대출판물을 두루 꿰뚫는, 이를테면 ‘장정의 문화사적인 학술대회’조차 아직 없었다는 것은 자못 아쉬운 노릇이었다. 그에 따라 31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국 근대문헌 장정의 문화사’를 주제로 열리는 2024 춘계 공동 학술대회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실증적인 검증 미흡으로 인한 한국 근대출판물 장정사의 오류를 바로잡는 연구의 결과도 발표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근대서지학회가 주축이 돼 한국디자인사학회와 강원대 국문과 4단계 BK21 사업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기조 강연자인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의 ‘장정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본 한국 장정사-1920년대까지’를 비롯해 1부(사회 이기봉)에서 ‘일본 번안 소설의 출현과 이도영 표지화의 혁신’(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근대 초기 딱지본 표지화에서 보이는 중국 도상 연구’(조민주 덕성여대 연구교수), ‘1930년대 이병현과 김정환의 출판미술’(김진하 나무아트 대표) 등 연구 결과물이 선보인다.
2부(사회 오주은)에서는 이우용 WOOOA 대표(‘근대 신문 속 장식 표현의 활용과 변화’), 정선아 교육종합연구원 객원연구원(‘1920~30년대 조선 사회주의 잡지 표지의 구축주의적 특성과 그 해석’), 홍익대 박소민(‘근대 장정가로서의 정현웅의 시각 디자인’)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오영식 근대서지학회 회장은 사전 제공 발표문을 통해 “근대출판기 장정문화를 장정 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장정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장정가를 밝힌 책들은 대부분 문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또 “김찬영과 나혜석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와 ‘화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고, 주로 문예동인(同人) 활동을 했기 때문에 동인들의 잡지나 작품집을 장정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정리했다.
오 회장은 “편의상 잡지와 단행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는데 필자 개인의 전수조사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장정가나 표지 화가를 밝힌 최초의 잡지는 『아이들보이』(안중식)이고, 장정가를 밝힌 최초의 단행본은 『오뇌의 무도』(김찬영)’”로 바로잡았다.
학술대회 포스터 이미지 제공=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