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데뷔 첫 승.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황동하(22)는 가장 먼저 아버지를 떠올렸다.
황동하는 1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입단한 황동하는 3년차에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대체선발로 기회를 잡았고 최근 꾸준하게 차분한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었던 황동하였다. 지난 12일 광주 SSG 더블헤더 1차전에서 5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첫 승 기회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1회초 최형우의 2타점 3루타로 황동하에게 리드를 안겼다. 이어진 1회말 2사 후 박건우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내줬다. 2사 1루에서 맞이한 데이비슨에게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34km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월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후 권희동에게도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김성욱을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1회를 넘겼다.
1회 실점 이후 황동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2회 선두타자 박세혁을 중견수 뜬공, 김주원을 2루수 땅볼, 도태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서호철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며 2루 도루까지 저지, 3타자로 3회를 끝냈다.
4회 타선이 3점을 뽑아주면서 5-2의 리드를 안고 4회 마운드에 올랐다. 4회 선두타자 데이비슨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지만 권희동과 김성욱을 모두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2아웃을 잡았다. 박세혁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김주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대망의 5회. 도태훈을 삼진, 손아섭을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2사 후 서호철과 승부가 쉽지 않았다. 서호철과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흔들릴 법 했다. 하지만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5회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선도 6회초 2점을 더 뽑으면서 황동하에게 여유있는 리드를 안겼고 불펜진이 경기를 틀어막으면서 데뷔 첫 승이 완성됐다. 경기 후 동료들은 물세례와 로진을 퍼부으면서 황동하의 데뷔 첫 승을 함께 기뻐했다.
황동하는 경기 후 "고등학교 시절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첫 승을 하는 이런 상황을 많이 생각했다. 좋은 상상을 하면서 운동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면서 "지난 등판에도 첫 승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려왔는데 역전이 됐다. 이번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켜봤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지난 두 차례 등판 모두 5회를 채우고도 승리릉 따내지 못했다. 형들은 "데뷔 첫 승은 쉽게 하는 게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해야 한다"라고 황동하를 짓궃게 했다. 그래도 황동하는 스스로 첫 승을 이끌어내며 웃었다.
2022년 입단 동기 김도영은 황동하의 첫 승을 이날 예견했다. 김도영은 "직전 경기 때 제가 장난으로 '투구 내용이나 느낌은 좋은데 왠지 찝찝하다'라고 했다. 그랬는데 좋은 피칭을 하고도 승리를 못 챙겼다. 오늘은 정말 느낌이 좋다고 했는데 그대로 된 것 같다"라면서 동기생의 첫 승을 함께 기뻐했다.
지난 겨울, 황동하는 구단의 제안으로 정해영 윤영철 이의리 곽도규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야구아카데미인 드라이브라인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밸런스를 잡았고 구속도 늘어났다. 그는 "제가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전문적으로 배웠다고 할 수 없었다. 그때 교정도 많이 했고 변화구의 디테일 등 던지는 방법을 배워서 투수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라고 했다.
황동하는 데뷔 첫 승의 순간. 아버지를 먼저 떠올렸다.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건넸다. 그는 "정말 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 아버지께서 매일 새벽 6시에 나가서 똑같이 새벽 2시 정도에 들어오셨다. 저도 얼굴을 잘 못 봤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열심히 사셨으니까 저도 동기부여가 됐다. 효도를 하고 싶어서 잘 던진 것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대체선발 신분이지만 황동하는 그런 생각 없이 자신의 투구를 묵묵히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체선발이라고 하면 저도 약간 위축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저도 레귤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정규 선발을 목표로 저도 로테이션을 도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던질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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