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몸’이라는 우려를 들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이탈했다. 부상의 경중을 가릴 수는 있지만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고민의 시간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현재 1위 싸움을 펼치는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에서 상황이 벌어졌다.
KIA와 NC는 최근 외국인 투수 문제로 상당히 골치를 썩힌 팀이다. KIA는 최근 매년 외국인 투수 라인업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중도 교체가 한 번 이상은 꼭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 체제로 시작했지만 토마스 파노니, 마리오 산체스로 모두 교체했다. 그리고 두 선수 마저도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NC도 마찬가지 드류 루친스키, 에릭 페디라는 확실한 에이스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파트너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루친스키의 파트너는 매년 바뀌었고 그마저도 온전히 한 시즌을 보낸 시간이 많이 없다. 지난해 트리플크라운 MVP를 차지한 에릭 페디의 파트너도 타일러 와이드먼, 태너 털리로 바뀌면서 1년 내내 외국인 투수 고민을 안아야 했다.
그렇기에 올해는 양 팀 모두 달랐다. KIA는 심혈을 기울여서 외국인 투수 라인업을 선정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외국인 투수진을 완성했다. 강력한 구위를 가졌고 빅리그 유망주 출신으로 빅리그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윌 크로우, 그리고 제임스 네일을 데려왔다. 모두 현역 빅리거로 구성된 KIA의 외국인 투수진은 최근을 통틀어 최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NC 역시 지난해 20승 에이스였던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하고 떠나며 고심이 깊어졌다.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라는 장신 좌완 듀오를 영입하면서 페디의 공백을 채우려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자 KIA와 NC는 예상대로, 외국인 투수들의 약진 속에서 상위권에 올라섰다. KIA는 크로우가 더 기대를 모았지만 네일이 강력한 스위퍼를 바탕으로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페디를 연상시키고 있다. 현재 9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1.83(54이닝 11자책점)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크로우도 초반 부침을 딛고 8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3.57로 본궤도를 찾아갔다.
NC는 카스타노와 하트의 고른 활약이 눈부시며 상위권 도약을 이끌어냈다. 페디의 이탈 공백을 지웠다. 하트가 9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2.93의 성적을 남기면서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카스타노도 9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3.67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9경기 중 8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퀄리티스타트도 7차례나 기록했다.
문제는 KIA와 NC 모두 지난 비시즌의 고민이 무색하게 외국인 원투펀치가 보기에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 공교롭게도 당초 1선발로 고려됐던, 그리고 공통적으로 어깨 부상 우려가 따라다닌 크로우와 카스타노, 두 투수들이 현재 전열을 이탈해 팀을 위기에 놓이게 했다.
크로우는 최근 선발보다는 불펜투수로 경력이 더 도드라졌고 지난해 4월 어깨 부상으로 빅리그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5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100구 이상의 투구에 의문이 생겼고 한국 무대에서도 스태미너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 4월11일 광주 LG전 104구를 던졌는데 “거의 8년 만에 100구를 던졌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크로우는 최근 불펜피칭 과정에서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고 더블체크까지 받은 결과 우측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주사 및 재활 치료 소견으로 치료 방법이 엇갈린 상황에서 미국 주치의의 최종 소견을 듣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만약 미국에서 수술 소견을 받게 되면 KIA는 크로우의 교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카스타노 역시 어깨 이슈가 두 차례나 있었던 투수. 최근 매 시즌 부상에 신음했다. 2021년 왼 어깨 충돌 증후군 증세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고 2022년에는 타구에 머리를 맞으며 뇌진탕 증세를 겪었고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왼 어깨 관절 와순 미세 파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역시 알려지지 않은 부상을 이유로 두 달 가량 부상자 명단메 머물러야 했다.
결국 카스타노도 지난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왼쪽 팔꿈치 근육 피로 증세를 호소했다. 일단 열흘만 쉬고 돌아올 수 있기에 KIA 크로우의 상황보다는 낫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은 “조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아직 완전히 회복이 안됐다. 이번 한 턴 정도만 관리를 해주면 다음 턴 등판 부터는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회복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 상태에서 본인은 괜찮을 것 같다는 의사는 피력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많이 던진 시즌이 79이닝 정도 밖에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56이닝을 넘어가고 있는데 지금 이 단계에서 휴식을 주지 않으면 조금 더 큰 부상이 올 것이라고 염려되는 부분들이 있다. 회복 과정을 한 번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우려했던 어깨가 아닌 팔꿈치 쪽에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던지는 팔 쪽의 부상이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두싸움을 펼치는 데 외국인 투수의 이탈만큼 비상인 소식은 없다. 부상이라는 시한폭탄이 결국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고 이제 외국인 투수 고민을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