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구절이다. 고대는 물론 현대의 전쟁 그리고 일상 생활에까지 적용되는 유명한 글이기도 하다. 전쟁처럼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야구에서도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유효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재현은 지난 1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4차전을 앞두고 직구 타이밍을 맞추는데 중점을 뒀다. 한화 선발 황준서의 직구를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현의 예상은 적중했다. 6번 유격수로 나선 그는 0-1로 뒤진 2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첫 타석에 들어섰다. 이재현은 한화 선발 황준서와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높은 직구(141km)를 힘껏 잡아당겼고 좌측 외야 스탠드에 꽂았다. 비거리는 115m. 1-1 승부는 원점.
1-1로 맞선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이재현은 황준서와 0B-2S 불리한 볼카운트 상황이었으나 3구째 포크볼(128km)을 받아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로써 이재현은 지난 8일 대구 KIA전 이후 9일 만에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곧이어 이성규가 좌월 투런 아치를 터뜨렸고 이재현은 또다시 홈을 밟았다. 3-1.
이재현은 6회와 7회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동점 솔로 홈런에 이어 역전 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삼성은 한화를 7-5로 꺾고 지난 16일 문학 SSG전 이후 2연승을 달렸다.
선발 마운드에 오른 1차 지명 출신 좌완 이승현은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9회 한화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재현은 경기 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무조건 직구를 노렸고 경기 전부터 전력 분석하면서 직구 대응이 늦어 직구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진영 타격 코치는 이재현의 홈런이 터지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히팅 포인트가 뒤에 있어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 경기 결과도 안 좋았는데 오랜만에 홈런이 나와 코치님이 좋아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만원 관중 속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장식했다. 이재현은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팬들께서 많이 오시는데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이재현의 활약 덕분에 팀이 이길 수 있었다”며 “매진 경기에서 팬 여러분께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