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잠실벌을 열광시킨 ‘마황’ 황성빈(27·롯데 자이언츠)의 미친 주루플레이 전말이 공개됐다.
황성빈은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차전에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볼넷 1득점 활약으로 팀의 5-1 승리이자 2연승을 이끌었다.
1회초 볼넷, 3회초 좌전안타에 이은 2루 도루, 5회초 볼넷으로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 수행한 황성빈. 백미는 네 번째 타석이었다. 1-0으로 앞선 8회초 선두로 등장, 두산 바뀐투수 박치국을 만나 유격수 내야안타로 4출루를 달성했다. 유격수 쪽으로 다소 느린 타구를 날린 가운데 전력질주에 이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투혼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황성빈은 후속 윤동희의 희생번트 때 2루로 쇄도했고, 번트 타구를 잡은 두산 포수 김기연은 과감하게 2루를 택했다. 그러나 송구가 다소 높게 형성되며 2루 베이스 커버에 나선 유격수 전민재가 이를 가까스로 잡은 뒤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황성빈은 곧바로 비어있는 3루 베이스 쪽으로 내달리며 무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전민재가 뒤늦게 몸을 털고 일어나 송구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황성빈이 3루에 도착한 뒤였다.
황성빈은 이후 고승민의 우전안타 때 홈까지 밟으며 달아나는 득점을 책임졌다. 황성빈의 빠른 발과 허슬플레이가 만들어낸 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후 잠실 만원 관중을 매료시킨 폭풍 주루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황성빈은 “스프링캠프 때 (고)영민, (유)재신 코치님과 훈련했던 상황이 오늘(17일) 나왔다”라며 “(윤)동희 번트 때 타구가 떨어진 위치와 3루수 수비 위치를 봤다. 일단 2루에서는 충분히 세이프가 될 것으로 판단했고, 3루수의 3루 베이스 커버가 어렵다는 부분까지 생각해 멈추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루에 도착했을 때 (고)영민 코치님이 나보다 더 좋아해주셨다. 앞으로 영민 코치님께 주루플레이의 디테일을 더 배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롯데 선수단 또한 황성빈의 미친 주루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이 (햄스트링 부상) 복귀 후 리드오프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주고 있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이날 선발 등판해 6⅔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애런 윌커슨은 “황성빈은 항상 열심히 한다. 타석과 누상에서 모두 그렇다. 황성빈이 출루하면 득점 기반이 만들어진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소래고-경남대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44순위로 뽑힌 황성빈은 5년차인 올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즌 29경기 타율 4할9리(44타수 18안타) 3홈런 8타점 14도루 OPS 1.195 맹타와 함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롯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때 그의 과욕이 밉상으로 비춰질 때도 있었지만 롯데 팬들은 그의 열정을 높이 사며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전날 경기로 확실하게 마황 시대를 연 황성빈은 “외야로 수비 나갔을 때 팬분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셨는데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나도 기쁨을 드리고 싶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