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의 연쇄 이탈에 대체선발이 나서야 했고 전날 연장 12회 혈투와 접전 연투의 여파로 필승조들도 등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KIA는 뭉쳤고 버텼다. 결국 승리하면서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1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7-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IA는 27승16패1무를 마크하면서 1위를 수성했다.
KIA로서는 이날 경기를 치르는 게 버거운 상황이었다. 이의리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윌 크로우마저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을 받고 정확한 소견을 얻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선발진에서 2명이 구멍이 생겼다. 이날 대체선발 김건국이 등판해야 했다. 여기에 전날(16일) 두산과 연장 12회까지 4시간 40분의 승부를 펼쳤지만 7-7 무승부로 헛심만 썼다. 그리고 새벽에 창원에 도착했다.
지칠 대로 지친 선수단이었다. 여기에 최지민 곽도규 장현식 정해영 등 필승조 성격의 투수들 4명이 3연투에 걸려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이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했다. 감독으로서는 유혹의 순간이었지만 이 유혹의 순간을 견뎠다. 그런데 대체 선발이었던 김건국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1회 2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왼쪽 햄스트링 근육 뭉침 증세로 강판됐다. 대체선발에 필승조 없는 강제 불펜데이까지 만들어진 상황.
KIA는 버텨나갔다. 1회 1실점을 했지만 3회 최원준의 적시 2루타, 나성범의 유격수 땅볼, 최형우의 중전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면서 3-1로 뒤집었다.
김건국의 뒤를 이어 올라온 김사윤은 3회 실점을 하긴 했지만 3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4회까지 버티며 경기 중후반을 도모하게끔 했다. 5회 올라온 윤중현이 데이비슨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3-3 동점이 됐다.
6회부터는 김도현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여기서 ‘억까’ 당하는 억울한 상황까지 겹쳤다. 6회 1사 후 도태훈을 1루수 방면 땅볼로 유도하는 듯 했지만 1루를 맞고 외야로 흘러갔다. 안타가 됐다. 손아섭에게 좌전안타 최정원에게 볼넷을 내줬다. 결국 박건우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3-4로 재역전을 당했다. 김도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4번 타자 데이비슨을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버틸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김도현이 추가 실점을 막자 타선도 다시 힘을 냈다. 선두타자 홍종표의 중전안타와 2루 도루로 만든 무사 2루에서 박찬호의 우선상 적시 2루타로 4-4 균형을 맞췄다. 최원준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루 주자 박찬호가 3루까지 향했다. 그리고 나성범이 1사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5-4로 다시 앞서나갔다. 추가점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주도권을 쥐었다.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6회에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도현은 선두타자 권희동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김성욱을 희생번트로 처리한 뒤 김형준을 유격수 땅볼, 대타 서호철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리드를 지켰다. 김도현은 포효했다. KIA는 9회 나성범의 투런포를 더하면서 승부에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9회 마무리 정해영이 아닌 전상현이 올라와서 3점 차 리드와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하나로 뭉친 선수단이 1위 수성의 원동력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중요한 순간 마다 야수들이 점수를 뽑아내며 역전했고, 특히 선발이 예기치 못하게 일찍 내려 갔지만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각자의 임무를 다 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고생해준 선수단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고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냈다.그리고 41세 최고참인 최형우도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울림을 선수단에 전했다. 경기 후 만난 나성범은 “덕아웃에서 필승조 선수들이 쉬고 있는 것을 보면 타자들도 ‘아, 오늘 쉬는구나’라고 안다. 그래서 오늘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 전 타자들과 화이팅을 외치기 전, (최)형우 형이 ‘우리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어제 또 어려운 경기를 했으니까. 타자들이 조금 더 힘내서 중요한 순간에 집중해서 한 점씩 달아나보자’라고 얘기를 해주셨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수단에 얘기를 하고 안하는 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역시도 이 부분이 생각났고 어떻게든 출루를 하려고 했다. 1점 씩 따라오더라도 더 집중했고 수비도 집중력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KIA는 선수단이 한데 뭉쳤고 결국 온갖 악재에도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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