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의 부진이 길어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진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엔스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9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100만 달러에 영입한 엔스는 1선발로 기대를 모았지만, 10경기(52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5.37로 부진하다.
4월말부터 3경기 연속 부진했던 엔스는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6⅓이닝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다. 체인지업 비중을 늘리고, 투구판 위치를 1루쪽에서 3루쪽으로 옮겨 밟으며 제구도 좋아졌다.
그러나 16일 키움전에서 다시 예전 모습이 됐다. 직구(38구), 체인지업(23구), 커터(15구), 커브(7구), 슬라이더(6구)를 던졌는데 제구가 안 좋았다.
염경엽 감독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와 경기를 앞두고 "엔스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며 "제구가 안 되는 날에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어제는 스트라이크는 한가운데, 볼은 완전히 벗어나는 볼이었다. 안 맞을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염 감독은 "좌완에 150km라는 장점만 있다. 직구와 커터 2개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직구, 커터와 다른 방향으로 꺾이는 체인지업이 있어야 한다. 지난 경기(롯데전)에서 체인지업 제구가 잘 된 덕분에 직구와 커터도 잘 통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영입 당시 엔스의 투구 영상을 보면서 빠른 직구와 주무기 커터에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앞서 체인지업을 연습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엔스는 염 감독의 숙제를 잘 받아들였지만, 체인지업이 쉽게 손에 익지 않았고, 제구도 쉽지 않아 새로운 무기로 만드는데 고전했다.
결국 제구력이 왔다갔다 하고, 확실하게 1선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벅찬 것이 지금까지 엔스가 보여준 모습이다. 염 감독의 인내력도 슬슬 한계가 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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