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묻고 있다. “'피식대학', 너 뭐 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소개란에는 ‘코미디 인재 육성 및 연구의 메카 피식대학’이라고 적혀있다.
“피식대학은 이미 만들어져 있던 틀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코미디’를 하기 위해, 스스로 우리만의 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위험을 감수하거나, 장벽을 부수거나, 도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피식대학’이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 말이다. ‘피식대학’은 공개 코미디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이 유튜브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큰 바탕이 된 무대이자 채널이다. 그들 스스로가 말한 ‘이미 만들어져 있던 틀’과 달리 스스로 만든 판임에는 분명했다. 유튜브 콘텐츠 최초 백상예술대상 후보 등록 및 수상을 이뤄냈고,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으며 자격과 능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 바로 단 한 편의 영상을 통해서다. 지난 11일 올린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36분 가량의 영상에는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경상북도 영양을 찾아가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고, 이는 ‘피식대학’이 현재 ‘피식쇼’와 함께 주력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는 ‘메이드 인 경상도’ 중 하나다.
경상도 호소인 이용주의 경상도 여행기를 다룬다는 ‘메이드 인 경상도’ 콘텐츠에서 ‘피식대학’은 영천, 통영, 포항, 부산, 구미, 창원, 안동, 경주 등을 다녀갔고, 이번 여행지는 ‘영양’으로 잡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숨 쉬듯이 무례함을 저지르면서 결국 도마 위에 스스로 올라갔다.
그들이 저지른 무례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이런 지역 들어본 적 있냐. 중국 아니냐”며 지역 비하에 시동을 걸었고, 빵집, 음식점에 가서는 “햄버거를 못 먹으니까 막 이래 섞어 넣어 먹는 거 아니냐”, “음식점 메뉴가 너무 특색이 없다”, “메뉴판이 의미가 없다”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 블루베리맛 홍삼 젤리를 먹고 “할머니 살 뜯는 맛”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맛 표현을 한 건 ‘피식대학’의 수준을 나타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양에 젊으신 분들이 저희가 떴다는 걸 알고 돌아다니고 계신다. 아까도 여성 두 분이 화장을 곱게 하고 다니더라”, “휴대전화에 많이 중독된 것 같다 싶으면 한전에 취직해서 영양 보내달라 해라. 그러면 뇌가 자연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을 떠나면서까지 “우리 진짜 노력 많이 했다. 저희 300만 유튜브인 거. 진짜 나는 코미디언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숨 쉬듯 무례했다.
이게 ‘피식대학’이 추구하는 코미디이자 ‘우리의 코미디’를 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우리만의 판’일까. 위험을 감수하거나, 장벽을 부수거나, 도전하는 일이 맞는지도 되묻고 싶고,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라면 이렇게 무례함을 숨 쉬듯 내뱉어도 되는지 묻고 싶다. ‘300만 명’을 강조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했던 이들이라면 이 영상이 가져올 파급력을 모를리 없었을 터.
배려와 공감대를 잊은 ‘피식대학’은 뭇매를 맞고 있다. 구독자는 2만여 명이 넘게 빠져 나갔다. 그럼에도 사과는 없는 상태. 영양에 도착하자마자 뭐가 된 줄 알았을까. 아니면 편집으로 가려졌던 수준이 이제야 드러난 걸까.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