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대기만성 스타가 탄생하는 것일까. 2016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조수행(31)이 두산 국가대표 외야진에서 버티고 버틴 결과 마침내 생애 첫 타이틀에 도전하는 시즌을 맞이했다.
프로 9년차를 맞이한 ‘만년 백업’ 조수행은 올 시즌 베어스 라인업에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백업 꼬리표를 떼고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92타수 29안타) 6타점 17도루 21득점 OPS .703의 수준급 성적을 내는 중이다. 상대 허를 찌르는 번트 안타와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길을 끌었던 남다른 주루 센스를 앞세워 KIA 김도영과 함께 도루 부문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 1위 LG 박해민(23개)과의 격차는 6개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조수행 이야기가 나오자 “(조)수행이는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모두 좋다. 단 하나 공격이 아쉬웠는데 작년 시즌 초반 타율 1할 대에서 시작해 결국 마지막에 2할대 초반에서 마무리했다”라며 “워낙 활용도와 활용 가치가 좋은 선수다. 사실 2할5푼 정도만 치면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라고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조수행은 “그 동안은 경기를 대주자로 많이 나가서 어떻게 보면 기회가 한 번씩 밖에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선발로 많이 나가면서 기회가 많아졌다”라며 “경기에 계속 출전하고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고, 누상에 나가면 항상 뛰려고 한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자신 있게 뛰라고 해주셔서 자신감이 또 생긴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두산의 9번 타순을 맡아 39경기 타율 3할1푼5리, 최근 10경기 타율 3할3푼3리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조수행. 비결을 묻자 “경기를 계속 나가다보니 공이 잘 보이고, 경험이 쌓여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편해진 느낌도 있다”라며 “심적인 부분이 크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갈 때는 이 타석에서 결과를 내야 나중에 경기 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계속 선발로 나가니 이 타석 못 쳐도 다음 타석에 기회가 있다”라고 답했다.
조수행은 강릉고-건국대를 나와 2016년 두산 2차 1라운드 5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두산 왕조의 외야진을 만나며 험난한 주전 경쟁에 휩싸였고, 그 동안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짧게 그라운드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1군 통산 706경기에 출전한 조수행이 912타석, 811타수밖에 소화하지 못한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마침내 주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대기만성의 기운을 뽐내고 있다.
조수행은 “그래도 꾸준히 대주자, 대수비로 나갔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 그 동안은 1군에 있다는 거 자체로도 너무 좋았다. 선발로 많이 못 나간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계속 잘 준비했던 게 작년 중반부터 좋은 기회로 이어진 거 같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조수행의 2024시즌 목표는 단연 도루왕이다. 박해민, 김도영, 박민우(NC), 정수빈(두산)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내는 순간을 상상하고 있다. 조수행은 지난 10일 잠실 KT전에서 KBO리그 역대 106번째 100도루 고지를 밟기도 했다.
조수행은 “솔직히 은퇴하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아직 시즌 초반이고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면 부담될 거 같아서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그러면 나중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꼭 올해가 아니어도 은퇴하기 전까지 한 번 해보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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