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시달렸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민호가 길고도 어두운 터널의 끝에 다다랐다. 입단 후 재활 훈련에 몰두해왔던 이민호는 오는 18일 타자를 상대로 라이브 피칭에 나선다.
‘제2의 선동렬’이라 불렸던 이민호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12년 신생팀 NC의 우선 지명으로 입단했다. 1군 통산 337경기에서 33승 24패 31세이브 28홀드를 거뒀다. 평균자책점 4.88.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과 2018년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뒀고 2016년 9승을 거두며 개인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를 평정할 만큼 어마어마한 잠재 능력을 가진 그는 2019년 10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2021년 팀에 복귀했으나 오른쪽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2022년 퓨처스 경기에 6차례 등판해 1승 3홀드(평균자책점 4.76)를 남긴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2승 1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7.59.
NC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이민호는 입단 테스트를 통해 삼성과 연봉 4500만 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지난 16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이민호는 “6~7차례 불펜 피칭을 소화했는데 이렇다 할 통증 없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오는 18일 첫 라이브피칭에 나선다”며 “기분이 정말 좋다. 재활군 정현욱 코치님과 한흥일 트레이너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느낌이 좋다. 최근 몇 년간 이만큼 컨디션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 확실히 좋아진 느낌”이라며 “야구장에 나오는 게 너무 즐겁다. 그동안 걱정 반 두려움 반이었는데 이제는 야구장에 일찍 출근하고 싶고 공 한 개라도 더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활은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한다. 이민호는 정현욱 코치와 한흥일 트레이너 그리고 동료들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욱 코치님께서 항상 잘 이끌어주시고 잘 다독여주신다. 한흥일 트레이너님도 관리를 잘해주셨다. 재활군 선수들 모두 힘든 가운데 서로 격려를 많이 하고 있다. 큰 힘이 된다”. 이민호의 말이다.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낸 그는 기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투구 시 힘을 모은 과정까지 좋은데 힘을 던질 때 쏟아내는 게 부족했다. 던질 때 통으로 도는 느낌도 있었는데 정현욱 코치님의 도움을 받으며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전 등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민호는 “어느덧 이제 다 와 가는 느낌이 든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던지는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기대된다. 옆에서 (백)정현이 형이 ‘많이 좋아졌다’고 피드백도 해주시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다들 너무 고맙다”고 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김경문 전 NC 감독과 통화를 나눴다는 이민호는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하루빨리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건강한 모습으로 꼭 1군 마운드에 서서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