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발 붙일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방송가와 광고계가 손절에 나선 가운데 기부처에서도 팬들이 낸 성금을 반환했다. 공연계에 간신히 발을 붙이고 있지만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재 김호중의 상태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메모리가 제거됐다는 점,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대신 경찰서를 찾아 진술했다는 점, 소속사 대표가 매니저에게 일을 대신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점, 김호중이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경찰에 출석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김호중의 주거지, 소속사 대표의 주거지, 소속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스타킹’에 출연해 ‘고교생 파바로티’로 주목을 받고 ‘미스터트롯2’에서 4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김호중에 대한 논란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특히 사고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뺑소니’, 유흥주점에 방문한 뒤라는 ‘음주운전’, 매니저가 대신 자수했다는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의혹이 더하고 더해지면서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첫 공식입장과 이후 소속사 대표의 말이 다르다는 지점에서는 거짓말이 보태지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이제는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호중 측은 그럼에도 ‘음주운전’ 만큼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흥주점에서 나온 뒤 대리기사를 불렀고, 휘청거리다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마치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음주를 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인사차 들렀을 뿐 음주를 한 사실은 없다. ‘휘청이다’ 등 주관적 표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호중 구하기에 충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미 김호중에 대한 손절이 시작됐고 그 손절의 크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방송가에서 김호중을 손절하기 시작했다. 그가 ‘보스’로 출연하고 있는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측은 기촬영분은 물론 촬영 계획이 없다면서 사실상 하차를 전했다. 17일 방송 예정인 ‘신상출시 편스토랑’ 역시 김호중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겠다고 밝혔고, 김호중의 우승 메뉴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스타의 논란에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고계도 움직였다. 김호중이 모델로 활동 중인 홈케어 브랜드는 경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파악 중이고, 김호중과 협업한 이어폰 브랜드도 관련 제품 출시 일정을 진행하지만 상황을 관망 중이다.
팬들이 김호중을 구하기 위해 나섰지만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16일 팬틀럽이 비영리단체 희망조약돌에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기부금 50만 원을 전했으나 희망조약돌 측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공인과 관련된 기부금 수령은 매우 곤혹스럽다. 사회적으로 절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감안해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절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김호중 측은 예정된 공연은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혐의가 인정된 게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오는 23일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 김호중&프리 마돈나’ 공연 주최 KBS는 주관사 두미르에 김호중을 대신할 출연자를 섭외하지 못하고 기존 공연대로 진행할 경우 KBS 주최 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김호중과 철저히 거리를 뒀다.
한편,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은 김호중이 사고 17시간 뒤에야 출석한 정황 등을 통해 사고 발생 직후부터 김호중과 소속사 간의 긴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김호중의 관여 정도까지 포함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lnino8919@osen.co.kr